“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방송촬영이 연기됐습니다. 그런데 담당 PD는 언제 재개할지 날짜를 알려주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네요. 주급을 받으며 먹고 사는 막내작가 입장에서는 시간과 돈만 낭비하고 있습니다.”(방송작가 A씨)
코로나19로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차질이 생기면서 방송작가 5명 중 4명이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이들은 정부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29일 방송작가유니온(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12일까지 국내 방송작가 1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0%가까이가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기존에 방송 중이던 프로나 프로젝트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새로 제작 중이던 프로가 아예 취소된 사례도 4명 중 1명 꼴로 나타났고, 섭외나 촬영이 불가능해 방송ㆍ납품일정이 연기된 사례도 5명 중 1명이 겪었다.
이런 현실은 비정규직 형태로 근무하는 방송작가들의 일자리에 즉각 영향을 미쳤다. 설문에 응한 작가 10명 중 4명이 “금전적 보상 없이 계약기간이 연장됐다”고 했고, 강제 무급휴직에 들어간 사람도 28%나 됐다. 해고되거나 계약이 해지되는 비율도 15.6%에 달했다. 임금도 대폭 줄었다. 방송작가들은 “올해 1분기 예상 수입이 전년 대비 122~433만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손실액은 연차가 높을수록 커졌다.
정부는 지난 22일 코로나19로 소득이 줄어든 프리랜서 근로자들에게 1인당 월 50만원씩 최장 3개월간 생활비를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거세다. 방송작가유니온 측은 “생활안정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소득 감소를 증빙할 자료와 함께 (용역) 계약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방송작가 4명 중 3명은 서면계약 없이 일하고 있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한빛센터)도 28일 성명을 내고 “코로나19의 위기는 한국사회와 노동의 취약한 고리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있다”며 “올해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방송노동을 비롯한 프리랜서 노동문제 해결의 원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한빛센터 등 시민단체는 1일 오후 시청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뒤 청와대로 행진할 예정이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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