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문 닫는 생활치료센터 대구 중앙교육연수원
코로나 발생 101일 만에 전담 병원 통제로 전환, 활동 마쳐
총 15곳 운용된 생활치료센터 2달간 3025명 수용 ‘일등공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101일째인 29일. 대구 동구 중앙교육연수원 내 창의관 앞에선 오후 2시 50분 경증환자 17명이 한 명씩 건물에서 나오자 미리 나와 있던 의료진 중 남성 간호사 박현우(23)씨가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눈물 바이러스는 곧바로 주위로 퍼져나갔다. 이날 완치자 8명은 오전에 집으로 돌아갔고 경증환자들은 1, 2명씩 구급차량 10여대에 나눠 타고 아쉬운 표정으로 이곳을 떠났다.
지난달 1일 경남 삼천포에서 자원해 이곳으로 배치된 박씨는 “완쾌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환자들을 떠나 보내 죄송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후 경증 및 무증상 환자를 격리해 치료해 온 생활치료센터 15곳이 이날 대구 중앙교육연수원과 경북 영덕 삼성인력개발원을 끝으로 모두 문을 닫았다.
이날 삼성인력개발원에서도 완치자 4명이 귀가했고, 17명이 대구동산병원으로 옮겼다.
생활치료센터는 확진자가 하루 500명 수준으로 발생하던 지난달 2일 중앙교육연수원을 시작으로 15곳까지 확대됐다가 환자 수가 전담병원의 통제권 안에 들어오면서 이날 활동을 마쳤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비대면 환자 모니터링’과 함께 방역의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는 생활치료센터는 병원 병상이 모자라 집에서 대기하던 확진자들이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 생겨났다. 대구시와 의료계가 경증 및 무증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생활치료센터 운영을 건의했고 정부가 수용했다.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기관, 대학 등이 자체 시설을 2달간 생활치료센터로 선뜻 내주면서 3,025명의 경증 환자가 입소해 이날까지 2,991명이 퇴소하고 34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달 8일에는 하루에만 520명이 입소하는 기록을 남겼다.
이 기간 동안 의료진 701명, 중앙부처와 군, 경찰, 소방공무원 478명, 대구시 공무원 432명이 교대로 센터를 지켰다. 4·15 총선에는 센터 3곳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확진자 66명과 의료진 및 지원인력 209명 등 275명이 투표를 하기도 했다.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인 JKMS에는 최근 ‘능동적 환자 관찰, 엄격한 격리, 낮은 교차 감염 가능성 등으로 의료진 감염 사례가 한 건도 없고, 중증환자에게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방법이 생활치료센터’라는 강원대병원 신경외과 김충효 교수팀의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한편 중앙교육연수원에선 엄마와 1살짜리 아들, 4살난 딸이 양성 판정을 받고 같은 방에서 치료받던 중 먼저 완치된 엄마와 딸이 아들과 함께 퇴소하려고 기다리다 다시 확진 판정을 받은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전국 생활치료센터 중 가장 먼저 문을 열고 마지막으로 닫은 중앙교육연수원 이택후(경북대 산부인과 교수) 생활치료센터장은 “생활치료센터는 감염증 방역에서 신의 한 수로 판단된다”며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대구=김민규 기자 kmgwh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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