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알려진 뒤 청와대 청원 게시판 “파면 요구” 청원까지
해당 교사 “악성 댓글 피해 심각… 온라인 공간 실명제 필요”
학생들에게 속옷 빨래를 숙제로 낸 뒤 부적절한 성적 표현으로 성희롱 의심 신고를 받은 울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상처받은 분이 그렇게 많으시다면 교직을 그만두겠다”면서도 “나갈 때 나가더라도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나 맘카페 실명제를 위한 서명 운동을 전개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A씨는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청와대 청원사이트에 저를 그만두게 하려는 글을 올리시는 분들이 많다고 전해 들었다. 교육청 관계자, 경찰 여러분, 제가 교직 그만두면 수고로운 절차 안 하셔도 된다. 교사가 아이들 곁을 떠나 함께 할 수 없는데 정직이든 감봉이든 받고 생활하고 싶지 않다”며 교직을 그만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나갈 때 나가더라도 저를 위한 지지 서명이 아닌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나 맘 카페 실명제를 위한 서명 운동을 전개하고 싶다”며 “저와 같은 여러분의 가족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A씨는 해당 글에서 악성 댓글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익명의 다수 네티즌에 의해 다치는 사람이 생겨나서는 안 된다. 이 고통은 저 하나로 끝나야 한다”며 “제가 교사를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익명의 네티즌이 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마녀사냥’ 같은 일을 지켜볼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최근 SNS를 통해 숙제로 ‘자기 팬티 빨기’를 내주면서 사진을 찍어 함께 올려달라고 한 게시물에 공주님 수줍게 클리어’, ‘이쁜 속옷, 부끄부끄’, ‘분홍색 속옷. 이뻐여(예뻐요)’ 등의 댓글을 달았다. 또 학생들과의 SNS 단체대화방에서 학생들이 올린 자기소개 사진에 ‘우리 반에 미인이 넘(너무) 많아요… 남자 친구들 좋겠다’, ‘매력적이고 섹시한…’ 등의 표현을 사용해 일부 학부모의 반발을 샀다.
해당 교사는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는 칭찬의 의미로 댓글을 달았다’고 해명했지만, 울산교육청은 27일 A씨에게 대해 성희롱이 의심된다고 경찰에 신고하고 감사에 착수해 징계 절차를 검토 중이다. A씨는 또 담임 업무에서 배제됐다.
사건이 알려지자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양말도 아니고 속옷을 왜 과제로 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A씨의 파면을 촉구하는 청원도 등장했다. 28일 시작한 이 청원은 하루 만에 10만여명이 동의하는 등 참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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