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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금융, 위기 이후를 준비하라

입력
2020.04.30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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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는 바이러스가 위기의 근원이다. 금융기관 부실이나 부채ㆍ외환 관리의 실패로 야기됐던 이전의 위기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 전염 공포로 일상에 마비가 왔고 이로 인한 실물 경제 위기가 발생해 금융시장으로 전이됐다. 이렇다 보니 금융업계는 전대미문의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보험사, 증권사, 은행 모두 대면 영업이 곤란해졌다. 역대 최저 수준의 금리 기조와 원달러 환율 격차는 금융기관을 미궁 속으로 내몰고 있다. 과거에서 벗어나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변혁(Transformation)’ 이 시대적 트랜드가 된 찰나,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 의식이 변화 욕구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오랜 기간 금융업을 연구해 온 필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되는 대로 준비된 금융기관과 그렇지 않은 곳의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금융기관의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때가 곧 올 것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또는 둔화기에 성공한 기업은 그 후에도 승자로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웰스 파고는 그저 중형 지방 은행으로 분류됐다. 그런데 위기를 겪으며 달라졌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 불황기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시도, 우량 고객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 등 노력 끝에 지금 이 은행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금융기업으로 성장했다.

선도 금융기관들도 이제 위기가 오히려 옥석을 가리는 절호의 기회라는 걸 안다.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우선 이들은 비용을 줄여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비축한 자원으로 기업 가치가 급락한 동종 기업 인수합병(M&A)도 계획해 볼 수 있다. 코로나19 환경의 특수성을 기회로 삼는 발상의 전환도 이어지고 있다. 당국의 권고와 사회적 대의 아래 많은 은행이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을 늘리는 추세다. 기존 고객과 달리 거래 빈도가 낮고 수익도 적어 좋은 고객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과거에 만나기 힘들던 이들을 고객으로 확보해 보다 정확한 신용 리스크 평가 역량으로 활용할 기회이기도 하다. 아울러 선도 금융기관은 디지털 사업모델로의 전환에도 속도를 높였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금융기관의 영업 모델과 일하는 방식, 문화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데 추동력을 얻었다. ING, BNP파리바 은행 등 소수 글로벌 우량 은행 위주로 추구했던 디지털라이제이션, 애자일 경영 방식이 중소형 은행과 타 금융업권에도 확산할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는 금융기관의 존재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중국의 타이캉과 선샤인 보험은 자사의 병원을 개방해 환자를 입원시켰고, 은행과 증권사도 대면 접촉을 꺼리는 고객을 위해 온라인 고객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있다. 위기 후 진정한 승자가 되려면 지금 움직여야 한다.

장권영 BCG코리아 매니징디렉터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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