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가담 공익제보자는 선고유예
대법원 전자법정 구축 사업 입찰 과정에서 특정업체에 수백억원의 일감을 몰아주고 뒷돈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법원공무원들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범행에 가담했으나 잘못을 깨닫고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 기여한 공익제보자는 선고유예의 선처를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모 전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 과장과 손모 전 사이버안전과장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 전 과장 등에게 뇌물을 주고 법원 발주사업을 따낸 행정처 공무원 출신 전산장비 납품업체 관계자 남모씨는 징역 4년을 확정 받았다.
전자법정 구축사업 담당실무자였던 강 전 과장 등은 2011년부터 7년에 걸쳐 납품업체 관계자들에게 수억원을 뇌물로 받았다. 이들은 업체로부터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약 4년간 3억여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최고급 가전제품, 골프채를 요구하고 유흥주점에서도 각종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 전 과장 등은 뇌물의 대가로 특정 납품업체가 판권을 독점한 제품 사양에 맞춰 입찰 제안을 내거나 관련 기밀을 유출해, 남씨 등이 지정한 업체들이 사업을 독점할 수 있도록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강 전 과장과 손 전 과장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2심은 이들의 형량을 감형했다. 특히 입찰비리를 언론 제보를 통해 알린 납품업체 직원 이모씨에 대해서는 징역1년의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일정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그 기간에 문제가 없을 때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죄 행위를 언론에 제보해 기사화할 수 있게 했고, 이를 매개로 국회의원실과 소통하면서 이 사건 입찰비리가 공론화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했다”며 “내부 고발 덕분에 전산 관련 사법행정이 향후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을 양형에서 유리한 자료로 충분히 참작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