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단속 땐 더 깊숙이 숨어… 코로나 사각지대 우려”

정세균 국무총리는 29일 이주노동을 위해 국내에 체류 중인 미등록 외국인이 방역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수 있다며 의료접근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미등록 외국인은) 출입국관리보다는 방역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감염을 예방하고 확진자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이들이 신분 걱정 없이 마스크를 공급받고 보건소나 의료단체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외국인 밀집지역의 방역 강화도 주문했다.
이 같은 지시는 싱가포르에서 열악한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를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약 38만여명의 미등록 외국인들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 총리는 “우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불안한 신분으로 의심 증상이 있어도 선별진료소를 찾지 않을 개연성이 높아 방역 사각지대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불법체류자로 내몰고 단속할 경우에는 깊숙하게 숨기 때문에 오히려 사각지대가 더 커질 우려가 있다. 자칫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며 의료접근성 확대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정 총리는 기초지자체장과 일선 보건소장에게도 감사 뜻을 전했다. 정 총리는 “지역사회를 지키기 위해 지난 석 달 간 야근과 철야를 반복하며 방역 현장을 진두지휘해 온 분들이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린다”며 “어려운 환경이지만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계속 함께 노력해달라”고 응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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