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이요? 저는 충분히 내릴 수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했어요.”
배우 김태희가 ‘하이바이, 마마!’의 결말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김태희는 지난 19일 종영한 tvN ‘하이바이, 마마!’에서 5년차 귀신이자 어느 날 갑자기 49일 동안 사람으로 환생해 전 남편과 딸의 곁으로 돌아오게 된 차유리 역을 맡아 폭 넓은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하이바이, 마마!’는 약 5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김태희의 역대급 감정 연기를 필두로 한 배우들의 호연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49일간 이야기를 이끌어 왔던 차유리가 극 후반 갑작스럽게 환생을 포기하는 결말로 마무리를 지으며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이 같은 결말에 대해 김태희는 “본 방송을 보고 나서 며칠 후에 다시 한 번 마지막 회를 봤다”고 입을 열었다.
“귀신일 때부터 사람이 되는 순간을 겪고, 그 후에 49일 동안을 사람으로 살며 모든 감정을 다 겪은 후에 유리가 충분히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죽음을 맞았고, 귀신으로서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5년간 맴돌며 유리가 깨달은 것들이 정말 많았을 것 같거든요. 무엇보다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내 딸 서우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이미 죽었던 내가 다시 죽음을 선택하는 일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엄마가 돼 본 적이 없었다면 이해하기 힘들었을 감정일지도 모르지만, 순간순간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도 결국엔 자식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게 모성애의 위대함이 아닐까 싶어요.”
약 2개월여의 시간 동안 ‘하이바이, 마마!’를 이끌어왔던 김태희는 이번 작품에서 유난히 많은 오열신을 소화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그를 가장 힘들게 했던 신은 극 중 딸 서우를 두고 떠나야 했던 마지막 회였다.
“농담으로 ‘평생 울 거 다 울었다’고 했을 정도로 눈물 신이 많았어요.(웃음)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신은 16부 마지막에 서우를 두고 떠나는 신이었죠. 16부 대본을 처음 받아보고 나서 그 신은 끝까지 읽을 수가 없을 정도로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 신만 남겨둔 채로 대본을 읽었던 기억이 나요. 촬영 직전에 차 안에서 대사를 숙지하고 힘든 마음을 겨우 부여잡고 찍었는데, 촬영 후에도 계속 슬프더라고요.”
이어 김태희는 자신의 호연에 대한 공을 극 중 호흡을 맞췄던 선후배 배우들에게 돌리며 감사함을 덧붙였다.
“차유리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제가 느끼는 대로 연기할 수 있게 대본이 너무 잘 받쳐줬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함께 했던 배우들, 김미경 선배님을 비롯해 이규형 씨, 신동미 선배, 서우진 군 등 모두 너무나 훌륭하신 분들인 덕분에 제가 감정을 끌어내는 데 큰 도움을 받았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모성애와 가족, 남편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에 중점을 두고 연기를 했다는 김태희는 차유리라는 인물을 진심을 통해 그려내는 데 성공하며 ‘인생 연기’ ‘인생 캐릭터’ 경신이라는 호평을 이끌어 냈다.
“‘하이바이, 마마!’는 죽은 사람이 귀신이 돼 산 사람들 곁을 떠나지 못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다시 사람이 되면서 벌어지는 판타지였는데, 제대로 유리의 입장에 감정이입 해 주시고 유리를 응원해 주신 많은 시청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이번 작품에 출연을 결정한 이후로 늘 최선을 다했었고 진심을 다해 연기하겠다는 초심을 끝까지 잃지 않으려 노력했었는데, 제가 진심을 다해 연기했던 것들이 잘 전달된 것 같아서 정말 기뻤고 감사한 마음이에요.”
5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를 성공적으로 마친 김태희는 “마치 아름다운 동화 같은 한 편의 긴 꿈을 꾸고 난 것 같다”는 소회를 전하며 작품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덧붙이기도 했다.
“차유리로 지내는 동안 즐겁고 행복했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마치 입관체험을 한 것처럼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깊이 성찰하고 깨닫는 시간이었어요. 좋은 드라마를 통해 따뜻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서 너무나 뜻깊고 감사한 시간들이었고, 무엇보다 연기가 그리울 때 만난 좋은 작품이라 신나게 연기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어요. 특히 제게도 아이가 생기고 나서 만난 작품이다 보니 모성애에 대해 공감과 이해가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아이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희생하고 헌신할 수 있는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된 작품이랄까요.”
‘고스트 엄마’ 차유리로서의 삶에 마침표를 찍은 김태희는 당분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며 한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의 삶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더불어 그는 머지않은 시일 내 안방극장으로의 귀환에 대한 의지를 전하며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당분간은 가족들에게 잠시 맡겼던 집안일과 육아에 집중하면서 개인의 삶을 충실하게, 또 더 성숙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에요. 더불어 제 마음을 설레게 하는 좋은 작품을 빠른 시일 내게 만날 수 있길 기도하면서 지내려 합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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