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당 “제명·수사기관 고발”
梁 “입증 자료 제출” 의혹 부인
총선 이후로 처분 논의 뒷말 무성
4ㆍ15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에서 연일 악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여직원 성추행에 이어 이번에는 비례대표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양정숙 당선자의 부동산실명제 위반 의혹이 불거졌다. 모두 총선 직전 발생했지만 공개가 미뤄지거나 당시 수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문제다. ‘총선을 의식해 쉬쉬하다 처리를 늦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시민당은 28일 중앙당 윤리위원회 심의절차를 거쳐 부동산실명제 위반과 명의신탁 의혹이 제기된 양 당선자의 당적을 박탈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은혜 시민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 당선자의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과 정수장학회 임원 취임 건은 당헌당규 위반과 당의 품위 훼손에 해당한다”며 “(검증과정에) 허위자료 제출과 명의신탁 의혹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어 최고위원회에 형사고발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변호사 출신인 양 당선자는 4ㆍ15 총선에 출마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92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4년 전에 비해 43억 증가한 규모다. 특히 부동산 취득 과정에서 가족 명의를 도용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양 당선자는 서울 강남 아파트 3채, 서울 송파와 경기 부천 건물 2채 등 5개의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당선자는 지난해 10월 민주당 추천으로 국회 표결을 거쳐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에 임명됐다. 하지만 임명 42일 만에 사퇴하고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에 응모해 ‘총선용 스펙 쌓기’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양 당선자는 민주당 중앙위원회의 비례대표 후보 순위 결정 투표에서 당선권인 5번에 안착했다. 이후 비례대표용 정당으로 창당된 시민당도 별다른 검증 없이 양 당선자를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했다. 양 당선자가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이라는 ‘연고’ 때문에 검증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여권이 총선 이후에야 양 당선자 처분 논의를 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양 당선자의 재산 증식 과정 문제 제기는 총선 일주일 전인 8일 이뤄졌다. 하지만 당시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부동산 이슈에 민감한 중도층과 수도권 표심을 의식해 당이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에 시민당은 “총선 직전 양 당선자에게 후보직 사퇴를 권고했지만 양 당선자가 거부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 당선자는 이날 시민당 윤리위원회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의혹과 관련한 입증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보수 성향 정수장학회 부회장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육영수 여사 동생이 설립한 혜원여고 출신이기 때문이지 역할을 한 적은 없다”고 했다. 반면 시민당은 양 당선자에게 불거진 의혹이 제명 사유에 해당하고, 해명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시민당이 양 당선자를 제명했으나 현행법상 의원직은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민주당 관계자는 “양 당선자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 의원직을 박탈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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