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고위험군…“쓰레기 봉투에 격려 메시지” 제안
온라인 여론 ‘싸늘’…“실질적 대안 내놔라” “일본 유치원이냐”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일본 환경장관이 28일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이 높은 환경에서 일하는 쓰레기 수거 작업원을 위해 쓰레기 봉투에 메시지나 그림을 남겨 응원하자고 제안했다가 국민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실효성 없는 방안이라는 취지다.
지지통신 등 현지 매체는 이날 고이즈미 장관이 이를 발표하며 “감사의 고리에 참여해주면 고맙겠다. 작업원들에게 많은 격려가 될 것”이라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린이가 ‘항상 고맙다’는 메시지와 함께 쓰레기 수거차 그림을 그린 봉투를 양손에 들고 “휴교나 외출 자제 등으로 집에 있는 시간을 이용해 쓰레기 봉투에 메시지를 보내라”며 “가능한 한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삼가거나 줄일 수 있게 궁리하도록 부탁하고 싶다”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그의 제안에 일본 국민의 여론은 싸늘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대체로 “제대로 된 장갑이나 도구를 지급하거나 수당을 늘려주는 것을 작업원이 기뻐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쓰레기 봉투에 격려메시지라니 황당하다”(kt****), “전쟁터에 있는 군인에게 편지 쓰자는 이야기 같은 것인데, 그 전쟁에서 최전선의 병사들에게 물자도 지원군도 보내주지 않는다”(ya****) 등의 실질적 대안을 내놓으라는 의견이 나왔다.
아울러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을 일부러 장관이 제안하는 것은 스스로 무능을 드러내고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ju****), “최근 감사 편지가 붙어있었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그것을 보고 장관이 편승하는 거라면 너무 수준이 낮다, 감사한 마음이 있으면 대우가 나아지도록 행정을 움직여라”(ka****), “장관이 아니라 초등학생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거 아니냐”(M****), “일본 유치원이냐 뭐냐”(sh****) 등 고이즈미 장관의 자질을 지적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고이즈미 장관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 郞) 전 총리의 차남으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며 ‘포스트 아베’, ‘일본 정계의 프린스’ 등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일본 대표로 참석해 ‘기후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펀(Fun)하고, 쿨(Cool)하고, 섹시(Sexy)하게 대처해야 한다”라는 의아한 답변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그것이 어떤 대처냐’는 물음이 이어지자 “그것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섹시하지 않다”고 답하는 등 잇따른 기행으로 입길에 오르고 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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