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당내 반발로 무산되면서 미래통합당의 ‘리더 없는 자중지란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보수 쇄신의 밑그림을 그리기는커녕 4ㆍ15 총선 참패의 충격을 수습할 구심도 없는 채로 약 한 달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황교안 전 대표는 총선 당일 사퇴했다.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28일 통합당 상임전국위원회가 비대위원장 임기를 오는 8월까지로 못박는 결정을 하자마자 “비대위원장을 수락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뒤이어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김종인 비대위’ 출범을 의결했는데도 김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거듭 거부했다.
당 공식 의결기구인 전국위가 비대위를 띄우기로 결정했지만, 정작 비대위원장은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통합당 당헌에 따라 비대위 임기는 8월 말까지 이어진다. 8월 말은 황교안 체제의 임기다.
김 전 위원장은 ‘전권을 갖되 정해진 임기는 없는 비대위원장’을 요구해 왔다. 통합당이 김 전 위원장의 무제한 임기 요구를 거부한 건 김 전 위원장 입장에서도 위기다. 김 전 위원장은 진영을 가로지르며 새누리당(통합당 전신)과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맡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킹메이커 역할을 했다. 그러나 통합당의 총선 패배로 김 전 위원장은 ‘선거의 제왕’에서 내려왔다. 수렁에 빠진 통합당을 구하는 역할로 ‘미래’를 모색했지만, ‘80세 노장의 꿈’도 불투명해졌다.
김 전 위원장이 통합당에 복귀할 길은 크게 두 가지다. 김 전 위원장이 마음을 바꾸거나 통합당이 상임전국위를 다시 열어 비대위원장 임기 조항을 바꾸면 된다. 김 전 위원장이 이날 밤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 등을 만난 자리에서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지 않았기 때문에 이대로 물러서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이 끝내 거부하면, 당 재건의 책임은 다음 달 8일 선출되는 차기 원내대표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다. 4년 전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패배 직후엔 정진석 당시 원내대표가 당을 이끌었다.
새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 혹은 비대위원장 맡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서병수 당선자가 당장 대표 권한대행을 맡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 대표 궐위 시 당내 최다선(5선) 중 연장자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는다는 당헌에 따른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를 추진한 심 권한대행은 책임론 때문에 힘을 잃을 공산이 크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심 권한대행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8월 전에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선출하는 방안도 있지만, 분위기를 단번에 바꿀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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