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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원장 일단 거부한 김종인…통합당 리더십 안갯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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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원장 일단 거부한 김종인…통합당 리더십 안갯속으로

입력
2020.04.29 01: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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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오른쪽) 당대표 권한대행과 조경태 최고위원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제1차 전국위원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재철(오른쪽) 당대표 권한대행과 조경태 최고위원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제1차 전국위원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당내 반발로 무산되면서 미래통합당의 ‘리더 없는 자중지란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보수 쇄신의 밑그림을 그리기는커녕 4ㆍ15 총선 참패의 충격을 수습할 구심도 없는 채로 약 한 달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황교안 전 대표는 총선 당일 사퇴했다.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28일 통합당 상임전국위원회가 비대위원장 임기를 오는 8월까지로 못박는 결정을 하자마자 “비대위원장을 수락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뒤이어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김종인 비대위’ 출범을 의결했는데도 김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거듭 거부했다.

당 공식 의결기구인 전국위가 비대위를 띄우기로 결정했지만, 정작 비대위원장은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통합당 당헌에 따라 비대위 임기는 8월 말까지 이어진다. 8월 말은 황교안 체제의 임기다.

김 전 위원장은 ‘전권을 갖되 정해진 임기는 없는 비대위원장’을 요구해 왔다. 통합당이 김 전 위원장의 무제한 임기 요구를 거부한 건 김 전 위원장 입장에서도 위기다. 김 전 위원장은 진영을 가로지르며 새누리당(통합당 전신)과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맡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킹메이커 역할을 했다. 그러나 통합당의 총선 패배로 김 전 위원장은 ‘선거의 제왕’에서 내려왔다. 수렁에 빠진 통합당을 구하는 역할로 ‘미래’를 모색했지만, ‘80세 노장의 꿈’도 불투명해졌다.

김 전 위원장이 통합당에 복귀할 길은 크게 두 가지다. 김 전 위원장이 마음을 바꾸거나 통합당이 상임전국위를 다시 열어 비대위원장 임기 조항을 바꾸면 된다. 김 전 위원장이 이날 밤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 등을 만난 자리에서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지 않았기 때문에 이대로 물러서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이 끝내 거부하면, 당 재건의 책임은 다음 달 8일 선출되는 차기 원내대표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다. 4년 전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패배 직후엔 정진석 당시 원내대표가 당을 이끌었다.

새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 혹은 비대위원장 맡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서병수 당선자가 당장 대표 권한대행을 맡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 대표 궐위 시 당내 최다선(5선) 중 연장자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는다는 당헌에 따른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를 추진한 심 권한대행은 책임론 때문에 힘을 잃을 공산이 크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심 권한대행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8월 전에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선출하는 방안도 있지만, 분위기를 단번에 바꿀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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