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미래통합당 상임전국위원회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제동을 건 것은 ‘임기 제한도 없는 막강 비대위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강한 반대 표시다. 낙선한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이 당선자들과 충분한 논의 없이 비대위 전환을 밀어붙인 ‘과정’부터 문제였다.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무소불위의 권한 행사를 예고한 ‘내용’도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결정적 이유다.
전날부터 통합당 안팎에서는 ‘상임전국위에서 김종인 비대위 관련 안건 의결이 불발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비대위 출범에 반대해 온 일부 중진 의원이 상임전국위원들에게 불참을 설득하는 연락을 27일 집중적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639명이 정원인 전국위와 비교해 전체 45명인 상임전국위는 23명의 불참만으로 무산이 가능하다. 김 전 위원장 영입에 반대하는 인사들 입장에서는 그가 비대위원장직 수락 조건으로 내건 ‘당 대표 임기 개정’ 무산으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이날 상임전국위 개최 직전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도 비대위 전환에 반대 발언을 한 상당수가 “당선자 총회에서 충분한 토론과 최소한의 동의도 거치지 않고 김종인 비대위를 성급하게 추진했다”고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인 총회에 전권을 맡겨 밤을 새서라도 의논하자”는 의견도 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조해진 당선자는 “비대위 체제는 정도가 아니다”라며 비대위 자체에 반대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돌렸다.
김 전 위원장이 그간 강한 쇄신 의지를 드러내며 임기나 권한 모두 양보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거부감을 키운 이유다. 김종인 비대위에 강하게 반대해 왔던 조경태 최고위원은 “당원들이 선출하는 당대표도 임기가 있는데 비상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들어오는 비대위원장이 무기한 임기를 보장받는 것이 타당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이 결국 총선 참패의 벼랑 끝 상황에서도 기득권을 놓지 못한 채 이전투구에 열을 올리는 통합당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란 비판도 있다. 통합당은 4년 전 20대 총선에서 패배한 뒤에도 ‘김용태 혁신위원회’를 추진했으나, 비박근혜계인 김용태 의원에게 반감을 가진 친박계가 대거 불참하면서 상임전국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 3선이 되는 한 의원은 이날 상황과 관련해 “‘40대 기수론’을 외쳐 온 김 전 위원장이 당권을 잡으면 자신들의 입지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본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라며 “개혁에 대한 저항”이라고 꼬집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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