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부 “군사 전용 막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군사 전용이 가능한 특정 물품을 미 기업이 중국으로 수출할 때 정부 승인을 반드시 거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중국이 반도체 등 민간 첨단제품을 수입해 군사력 증강에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을 놓고 연일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는 양국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또 다른 악재가 될 전망이다.
미 상무부는 27일(현지시간) 자국 민간기업 제품의 중국 수출 시 ‘군용 면허’를 받아야 하는 제품ㆍ기술 목록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전까지는 비군사적 용도로 판명되면 면허 없이 수출이 허용됐으나 이런 예외 조항을 폐지해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엄격히 따지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반도체와 통신ㆍ항공장비 레이더 고급컴퓨터 등 군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첨단 부문의 중국 수출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규제는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에도 적용된다. WSJ는 “이번 조치는 중국 등이 무기류와 군용기, 또는 감시와 관련한 미국의 선진 기술을 손에 넣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특히 규제 강화에 앞서 미 안보당국이 수년간 중국 정부의 ‘군민(軍民) 융합’ 정책에 대해 경고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은 2015년부터 민간ㆍ군사 기술을 접목해 방위산업 역량을 높이는 구상을 추진 중인데, 이 과정에서 당국이 민간 기업들에 압박을 넣어 미국 등의 해외 첨단 기술을 탈취하려 했다고 미 당국은 보고 있다.
중국도 맞대응에 나섰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8일 “6월 1일부터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들은 외국산 제품을 수입할 때 ‘국가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을 평가 받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해당 규정은 통신장비 금융 보안 국방 등의 산업 분야에 적용될 예정이다. 그간 미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등을 규제한 것에 대한 맞불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간 대치가 ‘기술 안보’ 쟁점으로 확대되면서 경색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에도 “중국이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기 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중국에 대해) 매우 심각한 조사를 하고 있다.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은 많다”고 거듭 경고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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