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 총회서 초선 당선자들만 일렬로 서 자기소개
‘경직된 수직적 상하관계’ 비판에 “시간 없었을 뿐”
“선배님들의 가르침 잘 부탁 드립니다.”
“선배님들 잘 모시고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사회에서 입학 또는 입사 후 벌어지는 이른바 ‘신입생 신고식’에서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하는 이야기 같은데요. 아닙니다. 4ㆍ15 총선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말들입니다. 바로 28일 오전 10시 국회 본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당선자 총회에서인데요.
앞으로 통합당에서 국회를 이끌어 갈 의원 간 상견례가 취지지만 정작 단상에 나가 인사를 ‘올린’ 것은 초선 당선자들 뿐이었습니다. 일렬로 선 초선 당선자들은 저마다 “많은 지도를 해달라”며 선배 의원들에게 자기소개를 했는데요. 한 당선자는 “내가 남자 막내인 것 같다”며 큰 절을 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독립된 헌법기관이죠. 의정 경험이 많든 적든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하고 때론 대립하며 소신을 지키기도 해야 하는데요. 마치 신입사원처럼 초선 당선자들만 앞으로 나가 이야기하고 다선 의원들은 그 인사를 받는 모습이 경직된 수직적 상하문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러니 ‘꼰대당’ 소리를 듣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통합당 측에서는 “현안 논의를 하는 것이 중요한데 시간이 없어서 일단 얼굴을 잘 모르는 초선 당선자들만 인사 시킨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정작 이날 당선자 총회에서는 핵심 현안이던 ‘김종인 비대위’에 대해서는 의견을 모으지 못했고요. 상임전국위원회마저 건너 뛰고 전국위원회에서 ‘김종인 비대위’ 안건을 가결시키는 파행을 연출했습니다.
말 많았던 통합당의 신입생 신고식, 아니 당선자 총회 현장 함께 보시죠.
김창선 PD changsun91@hankookilbo.com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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