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이 봉쇄조치 해제의 초기 단계에서 학교 개학부터 추진하고 있다. 집에서 자녀들을 돌봐야 하는 부담이 덜어지면 경제활동 정상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때문에 즉각적인 규제 완화가 어렵자 개학을 ‘출구전략’으로 삼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적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많은 학교가 다시 문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주(州)지사들과의 전화 회의에서 공립학교의 재개학을 채근했다”고 전했다. 유럽 일부 국가들에선 이미 교문의 빗장이 풀렸거나 풀릴 예정이다. 덴마크는 지난 15일부터 11세 이하를 대상으로 어린이집ㆍ유치원ㆍ초등학교의 문을 열었다. 네덜란드와 프랑스도 각각 내달 11일, 12일부터 초등학교 운영을 정상화한다.
미국과 유럽이 개학부터 시작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통계상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영국 가디언이 입수한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 통계에 따르면 20세 미만은 전체 인구의 22%이지만 감염률은 1%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주지사들에게 “어린이들은 이번 재난을 잘 겪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개학이 경제활동 정상화의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 AP통신은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장소 없이는 부모들이 직장으로 돌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개학은 경제 재개의 중요한 열쇠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건당국의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개학을 일종의 우회로로 삼았다는 얘기다.
다만 유럽과 달리 미국에선 초등학교 교문을 다시 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NYT는 “어떤 주지사도 트럼프 대통령의 개학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에릭 가세티 로스앤젤레스시장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지금 학교를 다시 여는 건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프란시스코 네그론 미국교육위원회 최고법무책임자도 “환경에 민감한 어린이들은 학교 내에서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의식한 듯 각국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장미셸 블랑케 프랑스 교육장관은 “교실을 10명 미만의 소규모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고,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도 “하루에 학급의 절반씩 등교하는 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미국도 오전에 절반, 오후에 나머지 절반을 등교시키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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