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호텔 계약직 직원 A씨는 지난달 중순 회사로부터 계약만료를 통보 받았다. 이 호텔에서 2년 가까이 일해온 그는 올해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인력감축이 필요하다’며 계약직 직원들에게 ‘권고사직’ 얘기를 꺼냈다. 같은 호텔의 정규직 직원들에는 유급휴직을 시행하기로 한 것과 상반된 결정이다.
# 경기 수원시에 사는 생활체육강사 B씨는 “사실상 지난 2월부터 반 실업상태”라고 말한다. 신종 코로나 유행으로 2월 초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센터의 수업은 모두 중단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3월 말 시작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겹치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사설 학원의 수업도 모두 끊긴 상태다.
신종 코로나발 고용악화는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끊어가고 있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대기업 근로자보다 중소기업 근로자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이 정부 통계로도 확인됐기 때문이다. 28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3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영업일 기준 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종사자 수는 1,827만8,000명으로, 작년 3월(1,850만3,000명)보다 22만5,000명(1.2%) 감소했다. 사업체 종사자 수가 감소한 것은 사업체노동력조사의 고용부문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9년 6월 이후 처음이다.
감소세는 종사상 지위가 불안할수록 더 두드러졌다. 상용직 종사자 수(1,555만2,000명)는 작년 동월보다 8,000명(0.1%) 감소한 반면 임시ㆍ일용직(164만8,000명)은 12만4,000명이 줄어 7.0%가 감소했다.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직을 포함하는 기타 종사자(107만8,000명)도 9만3,000명(7.9%)이나 급감했다. 상용직과 임시직의 종사자 감소폭은 무려 70배 차이가 난다.
사업체 규모별로도 차이가 있었다. 대기업을 포함한 300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292만7,000명)는 2만9,000명(1.0%) 증가한 반면, 300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1,535만1,000명)는 25만4,000명(1.6%)이 감소했다. 규모가 작은 영세사업체일수록 신종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컸던 것이다.
업종별로는 숙박ㆍ음식업의 근로자가 15만3,000명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어 학원을 포함한 교육서비스업(10만7,000명), 예술ㆍ스포츠ㆍ여가 관련 서비스업(3만9,000명), 여행업 등 사업시설관리ㆍ사업지원ㆍ임대서비스업(3만8,000명), 도ㆍ소매업(3만4,000명) 등도 종사자 수가 줄었다. 주로 신종 코로나로 대면 접촉이 줄어들며 피해를 본 산업으로, 이들 업종의 종사자 감소율은 모두 지난달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또한 제조업 종사자 수도 1만1,000명 줄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기타 종사자를 제외한 상용직과 임시ㆍ일용직의 입ㆍ이직 동향을 보면 지난달 입직자(103만9,000명)는 작년 동월대비 12만7,000명(10.9%) 감소한 반면, 이직자(121만1,000명)는 20만9,000명(20.9%) 급증했다. 입직자가 이직자보다 17만2,000명 많다는 건 종사자가 그만큼 줄어든 것을 뜻한다. 특히 이직 사유 중 자발적 이직(35만9,000명)은 1만9,000명(5.5%)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해고 등에 따른 비자발적 이직(58만7,000명)은 7만4,000명(14.5%) 늘었다. 무급휴직을 포함한 기타 이직(26만5,000명)은 11만6,000명(78.1%)이나 급증해 지난달 무급휴직ㆍ휴업이 급격히 확산됐음을 보여준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신종 코로나로 서비스업, 임시ㆍ일용직 중심으로 고용 타격이 있었고 제조업에서도 아직 대규모 실직은 없지만 무급휴직 등 고용유지조치로 버티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용안전특별대책 입법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고용충격을 완화해 일단 2분기를 버텨내는 것이 당면한 과제”라고 말했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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