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탈출’의 진짜 가치는 멤버들이 체험하면서 나오는 리액션들이 모두 ‘리얼’이라는 점이에요. 그건 연출로는 도저히 구현할 수 없거든요.”
‘대탈출3’ 정종연 PD가 일부 시청자들이 제기한 ‘대탈출’ 시리즈의 조작 의혹에 대해 연출자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1일 첫 방송 된 tvN ‘대탈출3’는 초대형 밀실 탈출을 위해 멤버들이 팀플레이를 펼치는 어드벤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2018년 이후 벌써 세 번째 시즌을 이어오고 있는 ‘대탈출’은 국내 예능사상 유례없는 거대하고 기술력이 집약된 역대급 스케일의 밀실 세트장으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여왔다.
특히 시즌3의 첫 에피소드였던 타임머신을 이용한 시간여행 에피소드는 전 시즌을 통틀어 손에 꼽힐 정도로 압권이었다. 멤버들이 타임머신에 탑승한 뒤 일정 시간 후 타임머신에서 내리면 세트장이 시대별로 다르게 구현돼 있던 것이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놀란 것은 촬영에 임했던 멤버들뿐만이 아니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해당 장면을 두고 ‘출연자들이 타임머신에 탄 장면을 촬영한 뒤 걸어서 다른 세트장으로 이동한 다음 마치 타임머신에서 내린 것처럼 연기하는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조작 의혹이 제기되자 ‘대탈출3’ 제작진은 공식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멤버들의 타임머신 탑승 장면 무편집 영상을 공개했다. 열 마디 해명 대신 한 번의 무편집 영상 공개로 의혹을 단번에 잠재운 제작진의 대응에서 ‘대탈출’의 연출 방식에 대한 이들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정 PD는 ‘대탈출’의 진짜 가치는 멤버들의 리액션이 ‘리얼’이라는 점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 뒤 “‘대탈출’의 경우, 처음 안대를 벗는 순간부터 모든 출연자들의 생소한 체험 과정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를 미리 알려준다거나 퍼즐의 힌트를 알려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물론 연출에 있어서 조작을 한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고요. 그렇게 할 이유도 없죠. ‘대본 없는 프로그램은 없다’고 말씀하시는 일부 시청자 분들이 가끔 계시는데, 요즘 예능 프로그램 제작 프로세스를 조금만 들여다보신다면 저희가 얼마나 ‘리얼리티’를 추구하고 있는지를 단번에 아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난 ‘대탈출3’ 5, 6회에서는 색 없는 공포를 소재로 한 ‘어둠의 별장’ 편이 공개되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간 다양한 공포 소재를 통해 시청자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던 ‘대탈출’ 시리즈 중에서도 역대급 공포 특집으로 꼽혔던 ‘어둠의 별장’ 편은 화제성 캐리는 물론 역대 시즌 가운데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데도 성공했다.
“출연자들이 느끼는 공포와 시청자들이 느끼는 공포가 서로 다르게끔 연출하는 것이 ‘어둠의 별장’ 편의 목표였어요. 사전 시뮬레이션 리허설 당시 스태프들의 반응도 좋았고, 모니터에서 보는 저의 시각에서 느껴지는 것과 질적으로 달랐기 때문에 재미에 대한 확신이 있었죠. (웃음) 실제로 멤버들이 ‘어둠’이 주는 공포 때문에 상당한 피로감을 느꼈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저희들은 또 다른 공포를 느낌으로서 독특한 재미가 살았던 에피소드였던 것 같아요.”
이제 갓 절반가량 달려 온 ‘대탈출3’는 다음 달 3일 코로나19로 인한 3주간의 결방을 끝내고 방송을 재개할 예정이다. 놀이공원 아차랜드 편으로의 귀환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시즌 정 PD의 기억에 가장 크게 남은 에피소드는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아직 녹화가 다 끝나지 않아서 말씀 드리기는 곤란한데요. 하하.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마지막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 편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웃음)”
과거 tvN의 대표 예능 시리즈였던 ‘더 지니어스’를 연출하며 시청자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던 정 PD는 이제 자신의 대표 예능에 ‘대탈출’을 당당히 올렸다. 최근에는 ‘대탈출’로 정 PD를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더 많아졌을 정도다.
“소감이요? 하하. 딱히 ‘대탈출’이 ‘더 지니어스’보다 더 뛰어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아서 그런 부분에 대한 소감을 말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다만 ‘대탈출’을 통해 앞으로 또 다른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는 용기 같은 것이 주어진 기분이에요.”
방송 재개와 함께 시즌3를 이어나갈 정 PD는 여전히 ‘대탈출’ 시리즈를 통해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는 생각을 전하며 앞으로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그가 발전시켜 나갈 ‘대탈출’ 유니버스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진다.
“여전히 ‘대탈출’은 도전해 보고 싶은 과제들이 많은 프로그램이에요. 확실한 재미를 보장하는 길 보다는 시도해보지 않았던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많아요. 앞으로도 너그럽게 봐 주시길 바라요.”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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