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가 온라인 강의로 수강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돕겠다며 ‘전자기기 지원장학금’ 방안을 제시했다가 도리어 학생들의 반발을 불렀다. 등록금 반환 요구는 외면한 채 미봉책으로 불만을 잠재우려 한다는 게 학생들의 지적이다.
28일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는 지난 27일 학생들에게 ‘비대면ㆍ온라인 강의 수강 지원장학금 지급 안내’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냈다. 학교 측은 메일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 예방 조치에 따른 비대면ㆍ온라인 강의 시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IT 구입 비용을 일부 지원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학교 생활협동조합에서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노트북, 태플릿PC, 휴대용 모니터 등을 사면 대학이 10만~30만원을 지원해주겠다는 게 골자다. 연세대는 이를 ‘지원장학금’이라고 안내했다.
학교 측 공지가 나가자 교내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당장 전자기기를 사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이마저도 선착순 1,200명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해당 웹사이트에 올라온 지원장학금 대상 품목 35가지 중 10개 상품이 품절로 표시되면서 학생들 불만은 폭발했다. 연세대 학생 A씨는 “어떻게 이걸 뻔뻔하게 장학금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연세대 측은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선보인 제도라고 설명했다. 학교 관계자는 “명칭이 지원장학금이긴 하나 장학금 개념이기보다는 오히려 학생 복지 차원에서 IT기기 지원금을 주려는 취지”라며 “당초 전자기기를 무상 대여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지원금 제공이 보다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 측이 온라인 강의에 따른 학생들 피해를 보상하려면 아예 등록금을 일부라도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이달 초 입장문을 통해 “이미 발생한, 그리고 앞으로 발생할 교육권 침해에 대한 보상적인 조치에 대해서 학교는 아직까지도 그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등록금 일부 반환을 주장했다. 연세대 학생 B씨도 “학교는 온라인 강의로 학생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진정성 있게 보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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