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What] ‘코로나19 발병 축소’ 의혹부터 ‘현금지급 정책’ 논란까지
“마스크 논란의 모든 책임은 아베 총리에 있다”(mas****)
“일본의 코로나19 사태는 (아베 총리로 인한) 인재다” (hir****)
요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바라보는 일본 내 민심은 싸늘하다 못해 차갑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설 때까지, 아베 총리가 여러 차례 헛발질을 하며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인데요.
아베 총리에 대한 실망감은 지지율 하락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선 아베 내각 지지율이 한달 새 6%포인트 추락한 42%로 약 2년 만에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47%)보다 낮았고요.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도 지지율이 41%로 지지하지 않는 응답(42%)을 밑돌았습니다. 코로나19 대응을 잘 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60% 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지점인데요.
지난 26일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집권 여당 자민당 후보인 후카자와 요이치(深澤陽一)가 당선되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심지어 자민당 내에서조차 아베 총리의 6월 퇴진설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어쩌다 일본 국민들은 아베 총리에 등을 돌리게 된 걸까요? 코로나19 대응에서 아베 총리가 화를 자초한 4가지 장면을 살펴봤습니다.
① 코로나19 발병 은폐ㆍ축소 의혹
지난 2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선객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생생히 기억하실 겁니다. 일본 요코하마항에서 출발한 대형 쿠르즈선에서 712명 감염자가 발생했고, 이 중 13명이 사망했는데요. 아베 정부는 크루즈선의 입항을 거부해 바다를 떠돌게 했죠. 심지어 자국 확진자 집계에서 크루즈선 탑승객이나 승무원들이 육지로 내려오지 않았다는 이유를 대며 크루즈선 확진자를 제외했어요. 여름에 예정됐던 도쿄 올림픽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사태를 의도적으로 축소한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제기됐습니다.
2월 말에는 코로나19 검사를 축소 진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일본 언론들이 일본의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한국의 4분의 1 수준으로 적은 것은 검사 건수가 10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건데요. 지난달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는 하루 3,800건의 검사가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하루 평균 900건만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어요.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3월 28일 일본 아베 총리가 ‘반드시 검사한다’는 말을 ‘대부분 한다’로 바꿨다. 이것은 제대로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인정한 말”이라며 코로나19 사망자 발표가 조작됐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국제적 비난에도 7월에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열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아베 총리는 사태가 악화하자 결국 1년 연기로 선회했습니다.
② 애물단지 된 아베노마스크
전 가구에 면마스크 2장씩을 무상으로 배포하는 이른바 ‘아베노마스크’(아베의 마스크). 그럴듯해 보이지만 ‘불량 딱지’가 붙으면서 거센 비판을 불렀습니다. 먼저 임신부를 대상으로 배포한 마스크에서 오염물이나 벌레가 나오는 사례가 보고됐고요. 전국 모든 가구에 배포되는 마스크에서도 벌레, 머리카락, 실밥 등 이물질이나 곰팡이가 피어 있다는 제보가 지금까지 200건 넘게 확인됐죠.
“마스크가 작고 귀가 쓸려 아프다”는 불만도 속출했다고 해요. 너무 작아서 온라인에선 작은 얼굴 크기를 자랑하는 용도로 이 마스크를 착용한 인증 사진을 공개하는 하나의 ‘놀이문화’가 번지기도 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일주일 만에 배포를 일시 중단했는데요.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재배포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무려 466억엔(약 5,200억원)이나 들여 야심 차게 추진한 경제정책은 이렇게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죠.
심지어 야당에서는 면마스크 수주 업체와 제조 과정을 공개할 것을 압박하고 있기까지 한데요. 수주 과정에 특혜가 있지 않았느냐는 겁니다.
③ 국민 공분을 산 말말말
“코로나19는 여러분들 인생에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만약 정부 책임자가 이런 말을 했다면 어떠시겠어요?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운데 분통이 터지겠죠. 설마 그런 말을 하겠냐고요? 아베 총리가 이런 말을 합니다. 지난 1일 새 학기를 축하하는 메시지 영상이었는데요. “이런(코로나19) 경험도 분명 여러분 앞으로의 인생에 큰 재산이 될 겁니다. 언젠가 ‘그때는 힘들었지만, 모두 열심히 극복했구나’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말 따로 행동 따로도 도마 위에 오릅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원로 저널리스트 다하라 소이치로(田原総一朗)와의 면담에서 “이번 바이러스 확산이야말로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이 발언 또한 일본 네티즌들의 공분을 삽니다. 3차 세계대전이라면서 대응은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는 건데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아베노마스크 2장으로 전쟁을 이겨내라는 것이냐”는 비아냥 글이 잇따랐습니다.
아베 총리 만이 아니죠. 사사키 하지메(佐左木紀) 국토교통성 정무관은 지난 4일 SNS에 “정부(국가)는 자숙(외출자제)을 요청하고 있다. 감염 확산에 대해 정부 탓을 하지 말아 달라”는 글을 올렸어요. 논란이 되자 표현이 부적절했다며 잠시 글을 삭제했다가 “정부만의 책임이라고 하지 말아달라”고 수정한 글을 올렸죠. 역시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④ 오락가락 현금 지급 정책
내각 지지율이 급락하자 아베 총리는 다급하게 긴급 경제대책으로 현금 지급을 제안했습니다. 지난 7일 긴급사태를 선언하며 수입 급감 가구에 한해 가구당 30만엔(약 34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겁니다. 그러나 연립 여당인 공명당 등에서 반발하자 국민 1인당 10만엔(약 113만원) 일률 지급으로 정책을 바꾸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죠.
10만엔 지급을 위해서는 보정예산(추가경정예산)을 다시 짜야 하는데, 이미 각의를 통과한 추경 예산을 재편성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해요. 아베 총리는 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공식 사과했습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과거 사학 비리 등 도덕성 논란부터 코로나19 사태 속 리더십의 한계까지 국민의 실망이 쌓여온 것”이라며 “일본은 흔히 지진 등 재난재해에 잘 대처할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번 사태로 재난 수습보다 정치적 기반을 중시하는 일본 정부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는데요. 초기 방역 실패에 뒷북 대응 비판까지, 아베 정권은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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