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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구원이 왜 길바닥에 암퇘지 소변을 뿌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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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구원이 왜 길바닥에 암퇘지 소변을 뿌렸을까?

입력
2020.04.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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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융합연구로 야생멧돼지 유인 실험 

 ICT 접목해 구제역 대응 시스템으로 개발 예정 

암퇘지 분비물 살포 후 멧돼지 2마리가 모여든 모습이 폐쇄회로(CC)TV 화면(왼쪽 아래)에 찍혀 있다. ETRI 제공
암퇘지 분비물 살포 후 멧돼지 2마리가 모여든 모습이 폐쇄회로(CC)TV 화면(왼쪽 아래)에 찍혀 있다. ETRI 제공

국내 연구진이 2개월에 걸친 실험 끝에 암퇘지 소변을 이용하면 야생멧돼지를 유인할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해 냈다. 이들의 전문 분야는 정보통신기술(ICT)이지만, 멧돼지 유인 실험에 매달린 이유는 융합연구로 추진 중인 구제역 대응 통합 시스템 개발을 위해서였다.

이번 실험 결과로 포획 장비에만 의존하던 기존의 방식보다 손쉽게 유인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셈이다. 여기에 연구진은 멧돼지 움직임 감지기(센서) 등 다양한 ICT를 접목해 구제역 등 축산 현안을 해결하는 통합 관리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사육돼지(집돼지) 암컷의 소변과 분비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주범인 야생멧돼지를 높은 산이 아닌 평지로 유인하는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유인 실험에 성공한다는 건 야생멧돼지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며, 이번 실험이 첫 성공 사례라고 ETRI 측은 설명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사람에게 전염되지는 않지만, 돼지들에게는 치사율이 10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인 감염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9월 사육돼지의 첫 발병 이후 총 14차례가 발생했고, 야생멧돼지는 지난해까지 누적 확진 수가 55건에 그쳤지만 올해에만 발병이 급증해 500건을 넘어섰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차단하려면 야생 멧돼지 개체 수 조절이 가장 효율적이지만 출몰 예상 지역이 주로 높고 깊숙한 산 속인데다 울타리나 포획 장비 등을 이용하는 방식으로는 방역의 한계가 컸다. 인적, 물적 자원이 많이 든다는 단점도 있다.

유한영 ETRI SDF융합연구단 단장이 주요 돈사에 설치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ETRI 제공
유한영 ETRI SDF융합연구단 단장이 주요 돈사에 설치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ETRI 제공

이에 ETRI 연구진은 돼지의 습성 등을 기반으로 암컷 집돼지의 분비물로 유인할 수 있을 것이란 가설을 세운 뒤 실험에 들어갔다. 연구진은 경북동물위생시험소와 경북 군위군 소재 농장으로부터 암퇘지 분비물을 얻어 멧돼지 출몰이 거의 없는 전북 완주군과 충북 옥천군 일부 지역에 뿌렸다.

분비물 살포 후 관찰한 결과 최대 7마리 멧돼지가 해당 지역으로 내려오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우연히 멧돼지가 출몰한 것인지 검증하기 위해 2개월 동안 총 4회에 걸쳐 반복 실험을 진행했고 모든 실험에서 분비물이 있는 경우에만 멧돼지가 몰리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 측은 “산 속을 헤맬 필요 없이 낮은 산과 평지에서도 멧돼지를 손쉽게 포획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멧돼지를 유인하는 냄새, 소리 등 주요 요인을 추가로 분석하고 인공지능(AI) 등 ICT 접목에 나설 계획이다. 암퇘지 분비물을 뿌려놓은 곳 출입구에 멧돼지 유입 감지 센서를 설치하고 AI로 멧돼지 움직임이 확인 되면 자동 영상 송출 및 포획 알림 전달 등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인 실험 성공 결과를 바탕으로 개발시킬 예정인 포획 시스템 작동 원리. ETRI 제공
유인 실험 성공 결과를 바탕으로 개발시킬 예정인 포획 시스템 작동 원리. ETRI 제공

유한영 ETRI SDF융합연구단장은 “가축 질병 모니터링 및 대응 연구 노하우로 축산 업계의 큰 골칫거리로 대두되고 있는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이번 실험을 바탕으로 AI 적용 등을 통해 구제역 종합 대응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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