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지휘본부장 바뀌고도 술 취해 산불 현장 안가고 귀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안동에서 큰 산불이 발생한 24일 오후 주민 대피령이 내리는 등 긴박한 상황에서 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자들과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도청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지사는 이날 오후 6시40분부터 8시쯤까지 도청에서 가까운 신도시 한 식당에서 국회의원당선인 3명과 저녁 겸 술자리를 했다. 국회의원 당선자로는 김희국(군위ㆍ의성ㆍ청송ㆍ영덕), 김병욱(포항남ㆍ울릉), 정희용(고령ㆍ성주ㆍ칠곡)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부지사와 일부 국장급 간부 공무원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 식당과 산불이 난 지역은 직선거리로 7㎞ 정도 떨어졌다.
이 지사 일행이 술자리를 가진 날은 오후 3시39분부터 안동시 풍천면 인금리 일대에 산불이 나 공무원과 소방인력 등이 1,087명이 동원되고 헬기 19대가 산불 진압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오후 7시30분 쯤에는 강풍을 탄 산불이 100㏊넘게 급속히 번졌고 인근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피해가 확산했다.
이 지사의 술자리가 끝날 즈음인 7시59분에는 산불진화 통합지휘본부장이 안동시장에서 경북도지사로 지휘권이 바뀌었다. 이후 11시10분에는 산림청, 소방 경찰 행정 등 관계자들이 상황판단회의를 열기도 했다.
급박한 산불확산에도 이 지사는 술자리를 마치고 곧바로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석한 간부공무원들에게는 “내일 오전 5시쯤 현장에 가겠다”고 했다.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 지사 일행은 이날 저녁식사를 곁들여 안동소주를 마셨다. 이 지사 측은 저녁 반주로 1,2잔 마셨다고 해명했으나 참석자 대부분이 취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 지사는 다음날인 25일 산불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부적절한 처신으로 비난을 샀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계공무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산불 현장에서 소방호스를 들고 물을 쏘는 사진을 올렸다. 이날 오후 2시부터는 강풍에 산불이 재발화돼 긴급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에는 큰 불길이 잡혔다고 브리핑하는 등 판단 잘못으로 산불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기예보로 강풍이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서투른 판단을 내린 것이다.
안동의 산불은 강풍에 되살아 나면서 축구장 면적의 110배가 넘은 800㏊의 산림을 태운 뒤 3일만인 26일 오후2시30분쯤 진화됐다.
이 지사 측은 “반주로 술을 마신 건 한두잔 뿐이고 서너 시간 술자리를 가졌다는 얘기도 사실과 다르며, 한 시간 가량 술을 곁들인 식사를 했다”고 말했다.
김용태 기자, 이용호 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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