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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헬기사격 없었다”… 그리고 전두환은 재판 내내 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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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헬기사격 없었다”… 그리고 전두환은 재판 내내 졸았다

입력
2020.04.27 19:05
수정
2020.04.27 19:4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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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분노의 눈물 “내 아들 얼굴도 못 알아보게 만들어 놓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전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광주=서재훈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전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광주=서재훈기자

이번에도 사죄는 없었다.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며 재판에 불출석 했던 ‘(내란목적)살인자’는 여전히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은 없었다”고 했다. “헬기사격에 대한 증거는 차고 넘친다”는 검찰의 유죄 주장에도, “사죄하라”는 광주시민들의 성난 외침에도 그는 오불관언하는 듯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27일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다시 광주지방법원에 불려 나온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판 태도는 1년 전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그는 그때처럼 공판 내내 고개를 떨구거나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이며 시민들의 가슴에 또다시 생채기를 안겼다.

이날 오후 2시 15분쯤 광주지법 201호 법정. “피고인, 검사의 공소사실을 인정합니까” 새 재판장인 김정훈 형사8단독 부장판사가 질문을 던지자 전 전 대통령은 당황해 했다. 1년 전, 그는 변호인의 입을 통해 공소사실을 부인했던 터였다. 헤드셋(청각보조장치)을 쓰고 눈을 감은 채 의자에 몸을 파묻고 있던 그는 재판장의 돌발 질문에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자세를 고쳐 앉고 입을 열었다. “내가 알기로는 (5·18) 당시에 헬기 사격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에 헬기에서 사격했다면 많은 사람이 희생됐을 겁니다. 그런 무모한 짓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가, 계급이 중위나 대위인데, 이 사람들이 헬기 사격을 하지 않았음을 나는 믿고 있습니다.” 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언어로 비교적 또렷하게 5·18헬기사격설을 부인한 건 처음이었다. 기억이 지워지는 몹쓸 병을 앓고 있다는 그가 과거 기억을 소환해내자 방청석은 한때 술렁였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은 이 세 마디(105자)를 끝으로 ‘졸음 모드’로 들어갔다. 3시간25분간 진행된 공판 내내 그는 졸았다 깼다를 반복했다. 참다 못한 김 부장판사가 신뢰관계인으로 동석한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81)씨에게 “피고인이 집중력 떨어지거나 그러면 휴정을 요청하라. 피고인이 재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할 정도였다.

시종 전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해 눈을 떼지 못했던 방청객들 사이에선 분노와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정 변호사가 재판 핵심 쟁점인 5·18헬기사격을 두고 “추측과 억측이 만들어낸 허구”라고 반박한 게 시민들의 감정선을 건드린 것이다. 한 시민은 “전두환 살인마”라고 목소리를 높이다가 퇴정 조치됐다. “내 아들 얼굴도 못 알아보게 만들어 놓고….” 소복을 입은 한 유족은 그날의 끔찍한 기억이 떠오른 듯 연방 눈물을 훔쳤다. 이에 전 전 대통령은 깜짝 놀라 방청석을 주시하며 몸을 바로 세웠지만 그때뿐이었다. 이후 재판 핵심 쟁점인 헬기사격 여부 등을 놓고 변호인과 검사들 간 공방이 1시간 넘게 이어지자 그는 아예 대놓고 고개를 떨군 채 졸았다.

이날 법정 풍경과 달리 법정 밖에선 시민들이 비교적 차분하게 대응했다. 5월 단체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감정적 대응은 전 전 대통령의 광주지법 재판 기피의 명분을 줄 수 있다”며 절제된 분노를 표출했다. 추모(64)씨는 “광주학살 책임자가 사죄 한 마디 내놓지 않은 데 대해 분노가 끓어오르지만 그럴수록 그를 법으로 단죄하는 성숙한 모습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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