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심판원 6명 만장일치 가결… 오거돈 회의 불참, 소명 포기
“중대 잘못, 공천 포기해야” “새지도부가 결정” 의견 엇갈려
더불어민주당이 27일 부산시 직원을 성추행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제명했다. 오 전 시장이 성추행을 시인하고 자진 사퇴한지 나흘 만이다.
민주당의 발 빠른 진화에도 후폭풍은 거세다. 민주당이 오 전 시장을 공천한 책임을 지고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오 전 시장의 사퇴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이날 오 전 시장 제명안을 의결했다. 회의를 시작한지 불과 20분만에 참석자 6명이 만장일치로 제명안을 가결했다. 임채균 윤리심판원장은 “사안이 워낙 중대하고 본인도 시인한 사안이었다”며 속전속결 결정 배경을 밝혔다. 두문불출 중인 오 전 시장은 회의에 나타나지 않은 채 소명을 포기했다.
이해찬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소속 부산시장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러 사퇴하게 된 데 피해자 분과 부산 시민, 국민 여러분께 당 대표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자세를 거듭 낮췄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으로 여성과 청년 민심이 돌아설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보궐선거 부산시장 후보 공천 여부에 대해선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민주당 당헌ㆍ당규는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전임자가 물러나면 재선거와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내년 보궐선거가 2022년 대선을 1년 앞두고 실시되는 ‘징검다리 선거’인 만큼, 부산을 포기하기 쉽지 않다는 게 민주당 고민이다. 부산시장을 야당에 순순히 내주는 것은 물론이고, 후보를 내지 않는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다. 부산ㆍ경남의 표심은 대선 승부에 결정적이다.
당내 의견을 엇갈린다. 남인순 최고위원은 27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성추행은) 당헌ㆍ당규 상 중대 잘못에 들어간다”며 공천 포기를 주장했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오는 8월 구성될 새 지도부가 결정할 문제”라고 여지를 남겼다.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김영춘 의원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이 본인 의사와 상관 없이 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된다.
통합당은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은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 직전에 여권 주요 인사인 부산시장이 사퇴를 약속하는 큰 사건이 벌어졌는데 청와대와 여당이 몰랐다는 말을 믿을 국민은 없다”며 청와대를 겨냥했다. 오 전 시장이 ‘총선 후 사퇴’ 공증을 받은 곳이 문 대통령이 세운 법무법인 부산이라는 점을 정황 증거로 내세웠다. 통합당은 검사 출신 곽상도 의원이 이끄는 진상조사단을 꾸려 청와대 개입 의혹에 불을 붙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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