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촌 조카 재판 증인으로 출석… “내 재판과 관련” 대부분 진술 거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8) 동양대 교수가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37)씨의 재판에 출석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저의 공소사실과 관련돼 있어서 답변하지 않겠다”며 진술 거부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했다. 반면 ‘강남빌딩’ 등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해명했다.
정 교수는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소병석) 심리로 진행된 조씨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교수는 이달 20일 증인신문에 나오지 않아 과태료 400만원이 부과됐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씨에게 처음 돈을 맡긴 2015년 12월부터 시간 순으로 두 사람의 문자 대화 내용 등을 제시하며 두 사람의 공모 여부를 캐물었다. 정 교수는 허위 컨설팅 계약, 사모펀드 출자 변경사항 거짓 보고, 정 교수 투자 관련 자료 인멸 등 혐의에서 조씨와 공범 관계로 엮여있다.
정 교수는 그러나 자신의 공소사실을 묻는 단순한 질문에도 진술을 거부했다. 검찰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WFM 주식을 매수했다는 공소사실로 재판 받고 있는 건 사실이죠”라고 묻자 정 교수는 “이것도 진술거부권이 있으면 진술 거부하겠다”고 답했다.
정 교수는 동시에 해명할 부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정황을 설명했다. 검찰이 “조씨에게 준 돈이 대여금이라면 왜 정 교수 스스로 ‘투자자금’이라고 표현한 문자가 남아 있냐”고 묻자 정 교수는 “조씨 같은 업계 전문가들은 그렇게 표현하는 줄 알았다”고 답했다. 이어 “저는 문학이 전공이라 말에 대한 적응력이 빠르다. 심지어 상대방이 사투리를 쓰면 그걸 따라 한다”고 답했다.
‘강남 빌딩’ 보도에 대해서는 “극히 사적인 대화였는데 언론플레이에 상처받았다”고 심경을 털어 놓았다. 정 교수는 2017년 7월 강남 건물에 대한 일상적인 얘기를 하던 중 “조씨가 제게 ‘강남 건물로 사시죠’라고 하자 마음이 ‘업(UP)’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동생에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앞서 정 교수가 자신의 친동생에게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을 사는 것”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공개하며 남편이 민정수석임에도 백지 신탁 의무를 시키지 않으려는 범죄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2018년 2월 ‘우리 조 대표(조범동)가 도와주는 것도 우리 남편이 잡고 있는 스탠스를 보고 하는 거고’라며 조씨에게 보낸 문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정 교수는 “여기서 스탠스는 정치적 의미가 없는 집안에서의 스탠스(역할)”라며 “돈은 조씨가 벌고 우리 남편은 명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목에서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이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낼 정도로 돈에 관심 없는 정직한 사람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남편에게) 나는 누가 나한테 1,000억 가지고 와도 뇌물 안받는다. 나를 믿어달라고 했다. 그런데 제가 결국 법정에 앉아있네요”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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