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사회개혁 조치
중국, 이란과 함께 세계 3대 사형집행 국가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미성년자 사형을 금지하기로 했다. 사우디 최고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사회개혁 조치의 연장선으로 사법제도를 현대화하고 ‘인권 탄압국’ 오명을 벗기 위한 노림수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사우디 정부기관인 인권위원회는 26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칙령으로 미성년자 피고인에 대한 사형 선고를 폐지한다”며 “미성년 때 저지른 범죄로 이미 사형이 선고된 경우는 최고 형량인 소년원 구금 10년에 처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왕명은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왕실의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고 자평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는 184명의 사형을 집행해 1995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이란(251건)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중국에선 수천 건의 사형이 집행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국가기밀 사안이라 통계엔 잡히지 않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과거 반정부 시위에 참여해 사형수가 된 시아파 남성들 중 최소 6명이 이번 칙령으로 처형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전했다. 샤리아(이슬람 율법) 원칙을 따르는 사우디 형법상 사형은 살인과 강도, 신성모독, 왕가모독, 테러, 내란, 성폭행 등 혐의에 연루된 피고인에게 내려진다.
앞서 사우디 대법원은 채찍 등을 사용한 형벌인 태형도 없애겠다고 공언해 국제인권 규범과 보조를 맞추려는 노력을 외부에 과시했다. 24일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은 “대법원이 태형 선고를 금지하고 징역형이나 벌금형, 또는 이를 혼합하는 방법으로만 형사 피고인에 형벌을 선고하라고 일선 법원에 지시했다”면서 “사법제도 현대화를 위한 기념비적 조치”라고 치켜세웠다.
2017년 6월 차기 왕위계승자로 내정되면서 일약 사우디 실력자로 떠오른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회ㆍ경제 분야에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며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 사우디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그가 실권을 잡은 후 인권운동가나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탄압은 되레 심해져 ‘독재 강화’를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무성하다. 특히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8년 10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는데, 지금까지도 관련 의혹을 명쾌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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