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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발견] 원산 김정은 승마장에 흙 고른 흔적

입력
2020.05.02 21:00
수정
2020.05.0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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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가 지난달 25일 보도한 위성사진 중 기차역 앞 김정은 전용 승마장을 확대한 이미지. 왼쪽은 지난달 15일, 오른쪽은 21일 촬영된 사진이다. 두 사진의 붉은색 네모 안을 비교해 보면 오른쪽(21일) 사진의 마장에서 바닥 흙을 고른 것으로 추정되는 변화가 눈에 띈다. 38노스 홈페이지 캡처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가 지난달 25일 보도한 위성사진 중 기차역 앞 김정은 전용 승마장을 확대한 이미지. 왼쪽은 지난달 15일, 오른쪽은 21일 촬영된 사진이다. 두 사진의 붉은색 네모 안을 비교해 보면 오른쪽(21일) 사진의 마장에서 바닥 흙을 고른 것으로 추정되는 변화가 눈에 띈다. 38노스 홈페이지 캡처
열차가 없던 지난달 15일 위성사진. 붉은색 네모 안이 승마장이며, 3개 마장의 바닥에 아무 흔적이 없어 보인다. 38노스 홈페이지 캡쳐
열차가 없던 지난달 15일 위성사진. 붉은색 네모 안이 승마장이며, 3개 마장의 바닥에 아무 흔적이 없어 보인다. 38노스 홈페이지 캡쳐
김정은의 전용열차로 보이는 열차가 관측된 지난달 21일 사각형 마장의 중앙 부분이 흙 고르기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이는 타원형의 진한 색을 띠고 있다. 원형 마장 바닥에서도 말을 탄 흔적이 미세하게 보인다. 38노스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의 전용열차로 보이는 열차가 관측된 지난달 21일 사각형 마장의 중앙 부분이 흙 고르기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이는 타원형의 진한 색을 띠고 있다. 원형 마장 바닥에서도 말을 탄 흔적이 미세하게 보인다. 38노스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준공식이 열린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을 보란 듯이 활보하며 자신을 둘러싼 ‘사망설’을 불식했다. 이로써 김 위원장이 측근들과 함께 평양을 떠나 원산 지역에 머물러 왔다는 ‘원산 체류설’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일부 매체들은 위성사진을 근거로 이 같은 설에 무게를 실어 왔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지난달 25일 원산의 한 기차역에서 전용 열차로 추정되는 열차가 포착됐다며 15일과 21일, 23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 사진들 속엔 김 위원장의 원산 체류 또는 방문 가능성을 뒷받침할 만한 작은 변화가 숨어 있었다. 기차역 앞 김 위원장의 전용 승마장에서 흙을 고른 흔적이 나타난 것이다.

38노스는 지난달 15일 촬영된 사진에선 기차역구내가 비어 있었지만 21일과 23일 열차가 정차해 있는 모습이 찍혔고, 이 열차가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만으로 김 위원장의 행방이나 건강 상태를 입증할 수 없으나 그가 최근 동해안 지역에서 머물고 있다는 설에 무게를 실을 수 있다고도 전했다. 이 열차는 29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포착됐다.

해당 사진들을 다시 보면, 지난달 15일 기차역 앞 승마장의 3개 마장 바닥이 동일한 색깔인 데 비해 21일엔 사각형 마장의 중앙 부분만 진한 색으로 바뀌어 있다. 최적의 조건에서 누군가 승마를 즐길 수 있게 바닥 흙 고르기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마장 흙을 골라주면 딱딱하고 울퉁불퉁한 바닥이 폭신해져서 말과 기수가 받는 충격이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비상 활주로를 없애고 조성한 이 승마장은 김 위원장의 취미와 관련이 깊다. 김 위원장은 스위스 유학 시절부터 승마를 취미로 즐겨 온 것으로 유명하다. 만약 이날 기차역구내에 정차한 열차가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라면, 전용 승마장의 흙 고르기 또한 김 위원장의 취미 생활을 위한 준비작업이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위성사진에 나타난 이 같은 변화만으로 김 위원장의 체류를 단정할 수는 없다.

북한은 2019년 상반기까지 원산 김 위원장 전용 기차역 앞에 있던 비상 활주로(왼쪽 사진)를 없애고 승마장을 조성했다. 구글맵ㆍ38노스 홈페이지 캡쳐
북한은 2019년 상반기까지 원산 김 위원장 전용 기차역 앞에 있던 비상 활주로(왼쪽 사진)를 없애고 승마장을 조성했다. 구글맵ㆍ38노스 홈페이지 캡쳐
2019년 10월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019년 10월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위성사진은 북한 내 특정 장소의 환경적 변화 또는 각종 장비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어 정보로서 가치가 상당하다. 하지만 극비리에 이동하는 최고 지도자의 경우 위성사진만으로 그 행방을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조차 그동안 축적된 다양한 정보와 과거의 이력, 드러난 정황 등을 총동원해 위성사진의 의미를 해석하고 추정할 뿐이다.

기차역에 세워진 열차가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가 맞다 하더라도 김 위원장의 체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더 높은 차원의 정보가 필요하다. 위성사진을 의식한 북한이 오히려 이를 이용해 기만전술을 펼 가능성도 있으니 여러 변수를 염두에 둬야 정확한 해석을 할 수 있다.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지만, 그렇다고 믿고 싶은 대로 믿어서도 안 되는 게 위성사진이다.

박서강 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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