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확산에 생활치료센터 개소… 콜센터 집단감염에 ‘거리두기’ 시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환자 규모가 27일까지 최근 사흘 연속 10명을 기록할 정도로 줄었다. 반면 한국과 같은 날 첫 확진환자가 발생한 미국에서는 96만명이 감염됐고 인구 10만명당 환자 수는 한국의 14배에 달한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정비된 방역체계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국내 신종 코로나 확산을 늦춘 원동력으로 꼽힌다. 국내 첫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 발생(1월 20일) 이후 27일까지 100일의 기록을 돌아봤다
국내 첫 번째 환자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시에서 인천으로 1월 19일 입국한 36세 중국인 여성으로 다음날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때만 해도 국내 신종 코로나 누적 환자 규모가 1만여명까지 늘어나리라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새로운 감염병에 걸린 환자가 무증상 또는 경증상태에서도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중국 보건당국조차 사람 간 전파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10일 만에 3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6번 환자가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2차 감염이 현실화됐다.
2월 18일 31번째 환자가 대구에서 발생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이날부터 대구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증했다. 31번 환자를 조사하면서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환자가 무더기로 확인되자 ‘전국적 유행’에 대한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이때까지도 정부는 ‘본격적인 지역사회 전파’ 인정에 주저했다. 31번 환자의 감염원은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다. 2월 중순부터 방역전략을 하루빨리 봉쇄 전략에서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이 나타났다. 22일 저녁 11개 학회가 참여한 범학계 대책위원회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지만 대구 사태의 규모와 파장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누적 환자는 4일 뒤 1,146명에 달했고 29일 일일 신규 환자는 909명을 기록했다. 하루 확진자 증가율이 100%에 이르던 때다.
사망자도 급증했다. 대남청도병원 정신병동에서 감염된 환자가 2월 20일 국내 처음 신종 코로나로 사망한 때부터다. 병실이 부족해 의료기관에 입원하지 못하고 자택에서 숨지는 환자도 발생했다. 정부가 병실 마련을 위해 생활치료센터를 개소한 때는 3월 2일이었다. 그 사이 환자가 급증한 대구에서는 한때 2,000여명이 집에서 처치를 기다릴 정도였다. 대구의 거리에서는 인적이 끊겼고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환자가 속출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확산했다.
위기에서 정부가 지난달 23일 꺼낸 카드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였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3월 8일) 등으로 수도권마저 위태로워지면서다. 접촉이 줄면서 신규 확진자 규모가 급감했다. 집단감염으로 확인된 사례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이전에는 11일간 13건이 발생했으나, 시행 이후 11일 동안 4건으로 줄어 70%가 감소했다. 정부는 내달 6일부터는 장기간 실천 가능한 수준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어가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체계를 전환할 전망이다. 비극에서 희망의 불씨를 키워낸 결과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신종 코로나로 이미 243명(27일 0시 기준)을 잃었다. 방역의 고삐를 느슨하게 쥘 여유는 없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 국내 발생 100일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코로나19는 아직 현재 진행형입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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