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회귀 경계령…“민간병원 병상ㆍ인력 동원 가능토록 법 개정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규모가 10명 이하로 줄어들면서 ‘일상으로의 회귀’를 원하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100일보다 앞으로 맞이할 100일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며 방역에 대한 느슨한 마음가짐을 일제히 경계한다. 백신과 치료제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일상으로 돌아갔다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부터 ‘2차 대유행’의 충격을 맞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재유행을 앞두고 사회적 면역력을 키우는 시간으로 현재를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의석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행히 큰불(대규모 집단 감염)은 껐지만 작은 불씨(소규모 집단감염, 무증상 감염)가 남아 안심할 수 없는 상태”라며 “1년 6개월 정도 지나야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고, 효과를 검증하려면 최소 2년 정도는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가 바라는 것이 바로 섣부른 안심”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주말부터 이어지는 ‘황금연휴’가 앞으로 100일의 향배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점에도 이견이 없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추가 확진환자 수가 하루 10명 내외로 관리되자 신종 코로나가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며 “재양성 판정이 잇따르고 있어 절대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마지막 숙제인 ‘개학’에 대해서도 신중론이 팽배하다.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등교 학생 수를 줄여야 학교에서 집단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월ㆍ수ㆍ금요일은 온라인 수업을 하고, 화ㆍ목요일은 오프라인 수업을 하는 등 접촉을 최소화해 학교를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설명했다.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하기 힘든 초등학생은 9월까지 등교 없이 온라인 수업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가을에 발생할 수 있는 2차 대규모 감염사태를 준비하기 위해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윤 교수는 “지난 2월 대구ㆍ경북에서 폭발적으로 확진환자가 발생했을 때 병상부족 사태, 생활치료센터 개소 지연 등 문제가 발생했다”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 집단 감염사태 발생 시 민간병원의 병상과 인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일방적인 계몽 위주에서 탈피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효과적인 생활방역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100일간 국민은 정부에게 ‘무엇을 하지 말라’는 말만 듣고 살아 피로감이 쌓여 정신적 리바운드 효과(반동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는 ‘하지 말라’가 아닌 ‘해보자’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신종 코로나 사태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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