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선물 거래ㆍ롤오버ㆍ괴리율… 제대로 알고 원유 투자 하시나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선물 거래ㆍ롤오버ㆍ괴리율… 제대로 알고 원유 투자 하시나요?

입력
2020.04.27 16:14
수정
2020.04.27 22:16
16면
0 0
25일 캘리포니아주 카슨시의 원유 저장고 모습. 미국 해안경비대는 최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롱비치항에 정박된 유조선 수가 27대로 늘었다고 전했다. 원유 저장고가 없자 유조선을 원유로 채워놓은 채 바다에 띄웠기 때문이다. 카슨=AFP 연합뉴스
25일 캘리포니아주 카슨시의 원유 저장고 모습. 미국 해안경비대는 최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롱비치항에 정박된 유조선 수가 27대로 늘었다고 전했다. 원유 저장고가 없자 유조선을 원유로 채워놓은 채 바다에 띄웠기 때문이다. 카슨=AFP 연합뉴스
소액거래자들을 위한 주식투자 플랫폼 ‘로빈후드’ 이용자들의 투자 양상을 추적하는 ‘로빈트랙’에 따르면, 지난 3월 초 8,000여명에 그쳤던 미국 대표 원유선물 ETF 미국석유펀드(USO) 투자자가 최근 2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녹색 그래프). 같은 기간 주가는 약 70% 하락했다(분홍색 그래프).
소액거래자들을 위한 주식투자 플랫폼 ‘로빈후드’ 이용자들의 투자 양상을 추적하는 ‘로빈트랙’에 따르면, 지난 3월 초 8,000여명에 그쳤던 미국 대표 원유선물 ETF 미국석유펀드(USO) 투자자가 최근 2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녹색 그래프). 같은 기간 주가는 약 70% 하락했다(분홍색 그래프).

최근 역사상 최초의 ‘마이너스 가격’ 사태가 발생하는 등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원윳값 반등을 확신하며 관련 금융상품을 무섭게 사들이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10일부터 24일까지 원유선물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증권(ETN)ㆍ펀드(ETF)를 1조3,000억원 어치나 매수했다. 한국뿐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세계 최대 원유 ETF인 미국석유펀드(USO)에 일주일간 약 16억달러가 유입됐다.

하지만 이들 투자자 대부분은 단지 “싸졌다”는 사실에만 주목할 뿐, 원유가격이 왜 이렇게 심하게 요동치는 지 근본적인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선물 형태 거래 △매달 연장되는 만기 △금융상품과 실물의 가격 차이 등 몇 가지 핵심 개념을 반드시 이해한 뒤에 투자에 나설 것을 당부한다.

핵심① 마이너스 유가 가능케 한 ‘선물 거래’

미국시간 20일, 한국시간 21일 배럴당 -37.63달러로 마감한 것은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5월 전달분 선물 상품(5월물)이다.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이 상품은 원유 실물이 아니다. 실물로 상품이 전달되기 일정 기간 전에 확보하는 사전 구매권이다. 예를 들어 ‘WTI 5월물’을 1,000배럴 어치 매입했다면 5월 중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에 저장되는 원유 1,000배럴의 소유권을 미리 확보하는 셈이다.

선물시장은 본래 원유 판매자와 구매자가 국제유가의 변동성을 회피할 목적으로 미리 확정된 가격에 거래하기 위해 탄생했다. 하지만 여기에 원유를 매개로 한 금융상품 투자자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원윳값은 단지 실물 수요와 공급에 좌우되는 수준을 벗어난 지 오래다.

최근 WTI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진 건, 저장고 부족과 선물 특유의 ‘만기 임박’ 때문이다. 산유국의 증산 경쟁으로 원유 생산량은 늘어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요는 확 줄어들면서 세계적으로 남아도는 원유를 저장할 시설이 모자란 상황이 됐다. 원유를 잔뜩 샀다가 저장시설을 구하지 못하면 엄청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WTI 5월물 가격이 급락한 20일은 매달 돌아오는 선물 만기 직전이었다. 만기란 선물 계약이 최종 확정되는 시점인데, 만기 전에 WTI 선물을 판매하지 못하면 투자자는 원유 실물을 떠안아야 한다. 이 때문에 너도나도 선물을 시장에 내놨지만 평소와 달리 수요가 없기 때문에 유가가 하염없이 급락한 것이다.

국제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WTI의 이상 급락 현상은 “국지적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요즘처럼 저장시설이 부족하고, 공급이 과다한 상황이 지속되면 앞으로도 모든 유가가 강력한 하락 위험에 시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부텍사스유(WTI) 6월물 가격. 그래픽=강준구 기자
서부텍사스유(WTI) 6월물 가격. 그래픽=강준구 기자

핵심② 매달 가격 흔드는 ‘롤오버’

개인 투자자 대부분은 원유선물 트레이딩에 직접 참여하기 어렵다. 최소 거래단위가 1,000배럴이라 일반 투자자가 감당하기엔 단위도 크지만, 장기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롤오버’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ETFㆍETN은 이 작업을 발행 증권사가 대리해 준다는 의미가 있다.

롤오버란 선물 계약이 만기를 맞이하기 전 기존 선물을 처분하고 그 다음달 선물로 갈아타는 과정을 뜻한다. 롤오버를 하지 않은 채 만기를 맞으면 원유 실물을 받아야 한다. 통상 원자재 선물은 현재 가격에 보유비용을 더하는 식으로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만기 시점이 멀수록 가격이 높다(이를 선물 시장에서는 ‘콘탱고’라고 부른다). 근월물(가까운 달 선물)을 팔고 원월물(먼 달 선물)을 매입하면 보유물량이 조금씩 줄어드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근월물인 6월물의 가격이 급락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전까지는 근월물만 추종하던 ETF 운영사들이 일부 물량을 7, 8, 9월물로 분산해 매입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USO는 최근 총 4회에 걸쳐 상품 구조를 변경해 6월물은 20%, 7월물은 40%, 8, 9월물도 각각 20%를 반영하기로 했다. 한국 삼성자산운용의 ‘KODEX WTI 원유 선물’도 약 80%였던 근월물 비중을 33%까지 내렸다.

이는 ETF 운용사들이 그만큼 단기간 유가 하락의 위험이 너무 크다고 관측했기 때문이다. 근월물 유가가 요동치면서 운용사들은 롤오버에 실패하고 최악의 경우 ETF 상장폐지에 직면할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 실제로 이미 중국은행은 5월물 롤오버에 실패하면서 마이너스 가격으로 선물을 처분해야 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행을 통해 원유 선물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피해액수는 8,500만달러(약 1,050억원)로 추산된다.

하지만 펀드의 원유선물 보유 구조가 예고 없이 변경되면서 ETF는 더 이상 원유시장의 대표 가격지표인 WTI 근월물을 대변하지 못하는 셈이 됐다. 미국 투자사 캔터 피츠제럴드의 피터 세치니 수석전략가는 블룸버그에 “ETF가 여러 만기의 원유선물 중 어디에 가중치를 두고 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분석 불가 상태”라고 밝혔다.

WTI 6월~12월 선물 가격. 그래픽=강준구 기자
WTI 6월~12월 선물 가격. 그래픽=강준구 기자

핵심③ 헐값 원유도 비싸게 만드는 ‘괴리율’

요즘 ETFㆍETN의 가격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가 ‘괴리율’이다. 괴리율이란 실제 ETF가 추종하는 지수(지표가치)와 시장에서 거래되는 ETF 가격의 격차를 뜻한다. 최근 국내에서 거래되는 원유선물 ETN 가운데는 지표가치의 10배(1,000%)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ETF와 ETN이 증시에 상장돼 주식의 특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주식 종목처럼 ETF 매수가 늘어나면 ETF의 가격은 상승한다. 이 때문에 ETF의 가격이 지표가치보다 더 빨리 오르면 일명 ‘유동성공급자(LP)’가 기초자산을 매입하고 지표가치에 가까운 호가를 내서 시장에 되팔아 ETF 가격을 끌어내리게 된다.

하지만 최근 단기간에 매수세가 몰린 일부 ETN의 경우 LP 역할을 하는 해당 종목의 발행사가 증거금 부족 등으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격조절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ETN의 가격은 지표가치와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구매자가 실제 가치에 비해 비싸게 사야 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럴 경우, 설사 향후 원유선물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높은 가격으로 ETNㆍETF를 매입한 투자자는 그만큼의 이익을 보기 힘들다. 운용사는 괴리를 좁히기 위해 증권 물량 자체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지만 현재와 같은 과열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다.

한국거래소는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일부 유가 관련 ETN 거래를 일시 중단했다가 27일 단일가 매매로 재개했다. 이날 'QV 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과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하한가로 마감했고 다른 ETN도 가격이 급락했다. 하지만 괴리율은 여전히 거래소가 지정한 정상 수준인 30%를 크게 웃돌면서 이들 종목은 또다시 거래 정지 상태에 놓이게 됐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