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권 91%가 롯데와 연계”
자신감 안고 온라인 사업에 올인
신동빈 회장이 핵심사업으로 꼽아
쿠팡ㆍ이베이처럼 오픈마켓 형태
관리형 시스템 도입해 품질 관리
가격 출혈 경쟁 줄이는 것이 관건
“더 이상 모두를 위한 서비스는 하지 않고,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서비스할 것.”
롯데그룹이 7개 유통 계열사 쇼핑몰의 온ㆍ오프라인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통합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ON(온)’을 28일 출범한다. 롯데멤버스와 협업해 3,900만명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초개인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롯데온은 신동빈 롯데 회장이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핵심 사업으로 꼽아온 터라, ‘공룡 유통사’ 롯데의 온라인 사업 집중화에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 대표는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롯데온 전략발표회를 열고 “국내 인구의 75%, 상권의 91% 정도가 롯데 유통사와 연계돼 있다”며 “회원 3만9,000명과 오프라인 매장 1만5,000개를 통해 개인 맞춤형 전략과 경계없는 온ㆍ오프라인 서비스(O4O)를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롯데온의 차별화 전략은 1인 맞춤형 서비스다. 조 대표는 “온라인 OTT 서비스 ‘넷플릭스’처럼 데이터를 통해 고객에게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고객이 시청한 콘텐츠를 분석해 영화나 드라마 등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롯데온도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 개개인 취향에 맞는 상품뿐만 아니라 구매 패턴이 비슷한 고객들의 데이터도 참고해 해당 고객이 관심 가질 만한 제품을 제안하는 등 개인에 특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게 된다.
이를테면 기존에는 고객이 ‘롭스’에서 립스틱을 구매해도 롯데닷컴에는 계속 립스틱을 추천해왔다. 그러나 롯데온에서는 온ㆍ오프라인 구매 데이터가 통합 분석되기 때문에 이를 구분해 추천 목록도 달라진다. 한 고객이 롯데백화점에서 수영복을 구입하고, 롯데마트에서 선크림을 구매했다면 롯데온에선 물놀이 용품이나 여행 캐리어 등을 추천하는 식이다. 이 고객과 비슷한 구매 패턴을 보인 다른 고객들의 취향을 종합해 미리 짐작한 상품 추천도 가능해졌다.
이는 롯데온이 쿠팡이나 이베이코리아처럼 ‘오픈마켓’ 형식으로 변화를 주면서 복잡한 쇼핑 체계를 최소화시키겠다는 데 있다. 이들 쇼핑몰은 고객이 아닌 판매자 위주의 상품들이 대거 화면을 장식하고 있어서다. 롯데온은 다양한 상품들이 나열된 복잡한 화면 대신 고객 개인이 관심 가질 만한 상품과 쿠폰, 유행 아이템 등을 추천하는 식으로 차별화를 뒀다.
조 대표는 “오픈마켓이 되면 롯데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 등이 많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며 “이를 위해 ‘관리형 e마켓플레이스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잘못된 상품을 구입해 교환이나 환불에 어려움을 겪은 고객들을 위해 판매자들을 ‘온픽지수(고객에 의한 점수제)’로 관리하고, 우수 판매자는 검색결과 최상단에 먼저 노출시키는 구조다.
또한 SSG닷컴과 쿠팡 등의 ‘새벽배송’ 등에 맞서 롯데슈퍼와 연계한 새벽배송은 물론 롯데마트와 협업한 ‘바로배송’, 가까운 롯데 유통사를 통해 가져갈 수 있는 ‘스마트픽’ 등 고객이 배송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출범한 신세계그룹의 쇼핑 플랫폼 SSG닷컴과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쿠팡, 이베이코리아 등 유력 주자들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신동빈 회장은 최근 “1조원의 적자를 내는 기업과는 경쟁하지 않겠다”며 쿠팡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규모가 더 커진 오픈마켓 상황에서 가격경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조 대표는 “최저가가 아닌 최적가 전략을 추구”한다며 “적자를 내면서 사업을 운영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롯데는 그룹차원에서 롯데온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아 오는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유통업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지각 변동하면서 온라인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속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줄어든 17조6,328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4,27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3%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영업이익(436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52%가량 급감해 수익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어 롯데는 3~5년 이내 백화점과 마트, 슈퍼 등 총 700개 점포 중 30%에 달하는 200여 매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1위의 유통사인 롯데가 막강한 규모를 자랑하며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어 시장 파급력에 관심이 집중된다”며 “그러나 가격 출혈경쟁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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