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실태조사 하기로…과로사방지법 제정은 불발
노ㆍ사ㆍ정이 노동자의 과로사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데 첫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핵심 쟁점이던 과로사방지법 제정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제도적인 개선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점에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27일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과로사 방지를 위한 노사정 합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안전보건위는 합의문에서 “노사정은 과로사 및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조사ㆍ연구 및 교육ㆍ홍보ㆍ지원 등 종합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세부 계획을 수립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첫번째 단계로 위원회는 “과로사 방지 관련 법ㆍ제도 개선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업종별 근무형태ㆍ노동시간 등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고, 이를 위해 정부는 노사가 참여하는 실태조사 태스크포스팀(TFT)을 조속한 시일 내에 구성ㆍ운영한다”고 밝혔다. 과로사를 근절하기 위한 법 제ㆍ개정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실태조사를 거쳐 법제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얘기다.
과로사 방지를 위한 법제 개선 문제는 산업안전보건위의 핵심 쟁점이었다. 노동계는 법제 개선을 요구해왔지만, 사업주 책임이 가중될 것을 우려한 경영계의 반대에 밀려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로사방지법은 일본에만 있는데다 연구에만 초점이 맞춰져 근로시간 제한에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며 “과로사 방지를 위해선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위원회의 시각과는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노동계에서도 과로사에 대한 실태조사에 대한 합의가 중요하다고 봤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장은 “합의문의 ‘업종별 근무형태ㆍ노동시간 등에 대한 실태조사’가 사실상 일본의 과로사방지법 내용을 반영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산업안전보건위는 중장기적 과제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포함한 조직구조 개편을 검토ㆍ추진한다는 내용에도 합의했다. 청 설립을 제안한 노동계의 주장이 반영된 것이다. 단시일에 효과가 나기 어려운 산업안전보건 분야는 장기간 전문성을 키워야 하는데 순환보직인 현 인사구조에서는 정책 연속성이 떨어져 인사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데 노사정이 합의를 이룬 것이다.
또한 합의문에서는 지난 2006년과 2008년 합의한 산재예방사업비에 대한 일반회계 지원 확대(산재기금 지출예산 총액의 3% 목표) 이행을 위해 산재기금에 대한 일반회계 지원규모를 매년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중소기업 산재예방 예산이 해마다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박영만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장은 “이번 합의는 정부의 산재기금 재정지원을 명시하고 산업안전보건 관련 인사구조 개편이 합의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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