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가속기 유치전, 공정 경쟁이 먼저다”
남창현 충북과학기술포럼 회장
첨단 기초과학 분야에서 방사광가속기의 역할은 거의 절대적이다.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시켜 극자외선 같은 다양한 빛을 만들어내는 이 거대한 연구장치는 소재·부품산업의 원천기술을 고도화하고 신물질, 신약 개발에 꼭 필요하다. 전 세계 과학 선진국들이 최고 성능, 최대 규모의 방사광가속기를 먼저 건립하려고 앞다투는 이유다.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NSLS-II), 중국(SSRF), 프랑스(ESRF-U)는 첨단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시설을 경쟁적으로 잇따라 구축했다. 스웨덴(MAX-IV)과 브라질(SIRIUS)도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건립했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방사광가속기를 갖고 있는 일본과 영국도 차세대 가속기를 계속 구축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차세대 방사광가속기가 더욱 절실하다. 국가과학기술정책과 미래산업 육성 정책을 달성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연구시설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3대 미래전략 산업인 바이오헬스, 시스템반도체, 미래차는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소재, 신물질 개발 여부에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사광가속기 활용 범위는 첨단 분야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반도체 소재부터 차세대ESS(에너지저장장치)소재, 나노로봇용 기계 부품, 미세가공기계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단백질 구조 분석을 통한 신종플루, HIV바이러스 치료제 등 바이오 의약 분야도 신물질 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해 일본의 갑작스러운 수출규제로 소재·부품 산업의 기술 자립을 위한 원천 기술 확보의 절절함을 느끼지 않았던가.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서둘러 차세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에 나선 것은 다행이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부지 선정을 위한 세부 평가 기준에서는 공정하고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지질·지반구조 안정성 △자연재해 안전성 △시설 접근성 및 교통편의성 △인근 배후도시 정주여건 △가속기 활용산업 집적 및 연관산업 형성 정도 등 평가 항목에 과학계와 산업계가 원하는 바를 오롯이 담았다.
문제는 투명한 절차와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다. 벌써부터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결정된 평가 항목을 일부 변경해달라며 정부를 흔들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국책사업은 정해진 원칙대로 진행돼야 마땅하다.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기술자립국을 만들겠다며 첫 시행한 국가적 시책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평가의 공정성을 흔드는 것은 과학강국을 원하는 국민적 염원을 짓밟는 일이다.
남창현·충북과학기술포럼 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