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경찰청 “5건 적발해 수거책 구속”

지난 17일 강원 고성군에 사는 A(75)씨는 “딸이 납치됐다”는 전화를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딸이 빌린 5,000만원에 수수료 500만원을 갚지 않으면 신변이 위험할 수 있다는 협박 전화였다. 놀란 A씨는 보이스피싱 일당이 보낸 수거책에게 1,500만원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일은 이날 강릉에서도 발생했다. 보이스피싱 일당이 B(64)씨에게 전화를 걸어 “5,000만원 보증을 선 딸을 납치하고 있다”는 전화를 걸었다. 역시 딸의 안전을 위협하자 B씨 역시 수거책에게 1,500만원을 건넨 후 보이스피싱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인제에서도 같은 날 자녀의 납치를 미끼로 돈을 뜯어내는 사기 행각이 벌어졌다.
강원경찰청은 27일 최근 자녀 납치를 빙자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를 당부했다.
보이스피싱 사기단은 자녀 납치를 가장한 뒤, 피해자들에게 전화해 자녀에게 위해를 가할 듯한 말투로 협박하고 돈을 뜯어내는 수법을 썼다. 자녀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피해자의 심정을 악용한 범죄다. 경찰은 최근 피해자 5명으로부터 편취한 금액만 7,48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추적을 통해 말레이시아 국적의 23세 여성과 25세 남성을 구속했다.
조사 결과 이들 남녀는 관광비자 등으로 국내에 입국한 뒤 강원과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서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활동했다. 경찰은 이들이 20여건의 여죄가 있는 것으로 보고 범행을 지시한 보이스피싱 조직 상선을 추적 중이다.
강원경찰청 관계자는 “평소 자녀의 현재 상황을 확인해 줄 수 있는 지인이나 학교, 직장 등의 연락처를 미리 확보해 뒀다가 만약 납치 전화를 받으면 먼저 주변인에게 안전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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