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봄씨 “머리ㆍ발 훼손 정도 보면 시민 분노 담겨…돈 들어도 괜찮다”
서울 광화문에 설치됐던 ‘무릎 꿇은 전두환 동상’이 전두환씨의 형사 재판 출석에 맞춰 광주로 옮겨진 가운데 동상 제작자가 “권선징악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로 활동했던 정한봄씨는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동상을 제작하게 된 동기에 대해 “전씨가 살아 있을 때 세속적인 법률ㆍ사회 규율에 맞춰 응징하지 못한 악에 대한 심판을 표현의 자유를 통해 응징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시민들에 의해 머리와 발 부분이 심하게 훼손된 ‘전두환 동상’을 전씨의 공판 기일에 맞춰 광주지법 앞에 전시하기 위해 보수 작업을 진행했다.
정씨는 동상 훼손 정도를 두고는 “(권투선수) 타이슨이 주먹으로 쳐도 깨질 수 없는 재질인데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에 있던 소화기로 내리쳤다고 한다”며 “소화기가 굉장히 단단한 물질이라 안 깨질 도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시민들이 때리는 것을 감안해서 동상을 제작했는데 과격하게 하신 분이 있어서 훼손이 많이 됐다”고 덧붙였다.
동상이 심하게 훼손된 데에는 시민들 분노가 작용했다고 해석하는 게 맞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정씨는 “그렇다”며 “원래 (분노를) 표현하라고 동상 상체 부분을 개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작자로서는 동상이 훼손되면 자꾸 비용은 들어가겠지만, 시민들 분노 표출 방식이 나쁘진 않다”고 전했다.
정씨는 “동상 만들 때 전두환뿐만 아니라 노태우, 정호용, 이순자까지 4인 동상을 만들어서 5ㆍ18묘역에다 수백 년 수천 년 많은 사람들이 역사의 교훈으로 삼을 수 있게 전시할 계획을 갖고 있었고 실천하려 한다”고 밝혔다.
12ㆍ12군사반란 40년을 맞아 지난해 12월 제작된 전두환 동상은 수인복 차림의 전씨가 무릎을 꿇은 채 목에 오랏줄을 두르고 있다.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동상은 시민들이 내리칠 수 있게 허용됐다. 전두환 동상은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씨의 공판 기일인 이날 광주지법 앞에 전시될 예정이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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