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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뉴스팀장이라는 역할 때문에 하루에도 수백 명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살펴본다. 사람들의 관심사를 알고 다양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인데, 문제는 그 내용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는 데에 있다. 물론 개인의 소소한 일상이나 감성을 담은 것까지 사실 관계를 따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걸 기사로 다루거나 칼럼으로 쓰는 것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한국을 비롯해 6개 나라 국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를 냈다. 주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대한 뉴스와 정보를 어떻게 이용하고 평가했는가’였다. 보고서에서 한국은 응답자(1,009명) 중 77%가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언론사를 통해 얻는다’고 답했다(복수 응답 가능). 이 수치는 스페인과 아르헨티나(74%) 영국(59%) 미국(54%) 독일(47%)과 비교해 더 높았다. 정은령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 센터장은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한국 사람들은 기성 언론을 불신하면서도 위기 상황에선 전통 미디어를 찾는다”며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해 주길 바라는 기대에 부응할 책임이 있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두 달 전부터 자신의 SNS에 코로나19 관련 기사와 갖가지 소문들에 대한 ‘팩트 체크’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부처나 기관의 담당자 혹은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 관계자들에게 내용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정리해 SNS에 알리는 식이다.
보통 정부 부처나 공공 기관은 언론 보도가 나간 뒤 사실이 아니거나 설명이 충분치 않을 경우 ‘해명 자료’를 낸다. ‘출입 기자’나 언론사에 그 내용을 알리고, 공식 홈페이지에도 공개한다. 하지만 일반인이 이를 일일이 확인하긴 쉽지 않다. 그보다는 SNS에서 공유되는 내용을 더 빨리, 더 많이 접한다.
심지어 상당수 잘못된 정보는 언론이 다루기도 전에 SNS상에 확산된다. 일부 매체들은 사실 확인을 충분히 하지 않은 채 큰 따옴표만 달고 ‘누군가 이랬답니다’ 식으로 다룬다. 그리고 다시 이 내용들이 SNS를 통해 퍼 날라진다. 대중은 언론에서 다뤘다며 철썩 같이 믿는다. 심지어 SNS와 언론의 보도가 다르면 방역 당국까지 의심하는 경우도 있다. 바이러스와 싸워야 할 관계자들은 가짜 정보와 이를 다룬 기사, 칼럼을 해명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허투루 쓰고 있다.
한 심장내과 전문의가 SNS에 남긴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해 검사를 막고 있다”는 게시물이 불러 온 파장은 이런 과정을 잘 보여줬다. 보수 성향 유투버가 사실 확인 없이 ‘의사 양심 선언’이라며 영상을 올렸고, 유력 일간지 논설위원은 21대 총선 본 투표 이틀 전 ‘정부의 확진자 조작설’을 퍼뜨렸다. 다음 날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총선까지는 확진자 수를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맞장구쳤다. 이 전문의는 총선이 끝난 17일에서야 “경솔했다. 죄송하다”며 반성문을 SNS에 올렸다.
여 보좌관은 직접 팩트 체크를 하게 된 이유를 ‘속도전’이라고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막는 데 스피드가 중요한 것처럼 잘못된 정보도 최대한 빨리 바로잡아야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SNS에서는 ‘공유’ 버튼 하나만 눌러도 순식간에 소식이 퍼지기 때문에 대응도 서둘러야 한다.
그 말을 들으며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기사로 다루기 전 SNS 게시물의 사실 관계를 꼼꼼하게 따져봤는지를. 사람들이 “신문에 났다니까” 하면서 믿는 기사의 신뢰도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나부터라도 코로나19와 싸우는 전국의 의료진, 방역당국 관계자들의 노력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을 한다.
진짜 훼방꾼은 SNS의 가짜 정보가 아니라 검증 없이 가져다 쓰는 일부 언론이다.
박상준 이슈365 팀장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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