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규모로 2015년 개장한 경북 봉화군 국립 백두대간수목원에는 지하 46m 깊이의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시드볼트(Seed Vault, 종자 저장고)’가 조성됐다. 항온ㆍ항습 환경에서 야생 식물종자 200만점 이상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시드볼트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의 ‘스발바르 시드뱅크(Seed Bank)’와 달리 종자 반출(대출)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시설이다. 예외라면, 핵전쟁이나 파국적 기후위기 이후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시드볼트는 열릴 일이 없기를 바라는 인류의 염원이 담긴 역설적인 ‘판도라 상자’같은 공간이다.
미국 유타주에 ‘그래닛 마운틴 기록물 저장소(Granite Mountain Records Vault)’라는 공간이 있다. 호사가들이 ‘모르몬교의 에어리어 51(Area 51)’이라 부르는 곳이다. 206m 높이의 화강암 돌산에 높이 3m 길이 213m 터널을 뚫고 “핵 폭탄에도 견디는 강도”라는 9~14톤 무게의 철제 출입구를 갖춘 비밀 공간이어서, 호사가들이 외계인 유해가 보관돼 있다고 믿는 네바다 산맥의 미 공군 보안기지 ‘에어리어 51’에 비유한 것이다. 모르몬교, 즉 후기성도 예수그리스도교회의 신도는 물론, 최고 지도자들도 출입이 통제된다는 그 곳은, 알려진 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족사 기록물 저장소다.
미국 건국 시대서부터 청교도 및 이민자들의 가족사를 연구하는 전미계보학회(NGS)가 1903년 설립됐다. 동양의 보학자들이 ‘족보’라 부르는 가족 계보 자료를 수집ㆍ연구하는 집단이다. 모르몬교처럼, 배척과 수난의 역사를 지닌 소수 집단에 그 자료는 가톨릭교회로 치자면 순교의 역사와 맞먹는 성스러운 자료였다. 그래닛마운틴 저장소는 1960년 5월 착공해 65년 완공됐다. 거기에는 초기 교회사와 관련된 2,400만롤 규모의 마이크로 필름과 사진 350억장을 비롯, 경전과 규약, 지도자 자료 등이 보관돼 있다고 한다. 복사본이 아닌 원 자료는 반출이 안 된다,
NGS 전국회의 직전인 2010년 4월 28일 후기성도교회는 저 성지의 실체를 사상 처음, 비디오 영상으로 세상에 공개했다. 은행 개인금고 같은 메탈 캐비닛 행렬이 소실점을 이루는 내부 풍경은, 호사가들의 호기심을 오히려 증폭시켰다. 개종자 조셉 스미스의 보물이라는 ‘미래를 보는 거울’같은 것들이 거기 있다고 믿는 이들이 지금도 있다고 한다. 최윤필 선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