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 고위직 출신 아버지 덕분에 금융감독원에 입사한 직원이 금감원을 상대로 면직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 2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다만 1ㆍ2심 모두 금감원이 이 직원에 대한 채용계약은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8부(부장 박영재 박혜선 강경표)는 A씨가 금감원을 상대로 낸 면직처분 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A씨가 2016년 금감원에 입사할 수 있었던 건 아버지의 금융권 인맥 덕분이었다. 국책은행 부행장 출신인 A씨의 부친은 금감원 수석 부원장 출신인 금융지주사 회장 B씨에게 아들의 금감원 지원 소식을 알렸다. B씨는 금감원 총무국장에게 A씨의 합격 여부를 문의했다. A씨가 합격권 밖에 있자, 총무국장은 채용인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A씨를 부정 합격시켰다.
이후 금감원 채용 비리 사태가 불거지자, 금감원은 2018년 7월 징계절차를 거쳐 A씨를 면직 처분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금감원이 정상적인 업무 처리를 계속했다면 불합격했을 A씨를 합격시켰다”면서 A씨에게 내려진 면직 처분이 민법상 채용 취소로 인정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징계처분은 민법상 근로계약 해지와는 다른 ‘질서벌’의 성격을 가진다”면서 면직 처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금감원 인사관리규정에 따르면 ‘부정행위를 한 자’가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는데, A씨가 직접적으로 부정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아버지가 B씨에게 아들의 지원 사실을 알린 뒤에 총무국장이 A씨를 합격시키려고 채용인원을 늘리는 부정행위를 했고, A씨가 이를 통해 이익을 취득한 것은 인정된다”면서도 “아버지가 B씨에게 지원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A씨가 관여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직접 부정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A씨의 채용 과정에 착오가 있었던 만큼, 이를 근거로 금감원이 A씨와의 근로계약을 취소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월 A씨에게 근로계약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다만 재판부는 적법한 계약 취소 통보가 이뤄지기 전까지 A씨가 받을 수 있었던 임금 2,400만원은 금감원이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