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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리율 1000%에도 원유 ETNㆍETF 1.3兆 투자한 개미…“피해 속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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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리율 1000%에도 원유 ETNㆍETF 1.3兆 투자한 개미…“피해 속출 우려”

입력
2020.04.27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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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시설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정유시설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저유가로 투기심리가 심화된 원유 상장지수증권(ETN)ㆍ상장지수펀드(ETF)에 금융당국의 ‘위험경고’에도 개인 투자자들이 1조3,000억원 이상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가격과 실제가치 ‘괴리’가 지나치게 벌어져 투자자들의 큰 혼란이 예상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일부 원유 ETN에 대해 ‘위험’ 등급 소비자경보를 발령한 다음날인 지난 10일부터 24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ETNㆍETF를 총 1조3,649억원 순매수 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개인은 이 기간 10거래일 연속 해당 ETN, ETF 모두 순매수했다.

금감원은 지난 9일 레버리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ETN 4개 종목의 지표가치(기초자산)와 시장가격 간 괴리율이 최대 95%까지 치솟자 이들 종목에 대해 소비자경보 최고 등급인 위험 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이 위험 경보를 발령한 것은 지난 2012년 소비자경보 제도를 도입한 이후 처음이었다.

또 22일에는 거래소가 이들 4개 ETN 종목에 대해 “투기성이 높은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상 원금 전액 손실 및 상장폐지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이어 23일에는 금감원이 위험 소비자경보 범위를 모든 WTI 선물 ETNㆍETF 상품으로 넓혔다.

금감원과 거래소는 최근 WTI 선물 가격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커지면서 괴리율이 크게 확대돼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의 경우 지난 24일 마감가격이 2,085원이었지만, 지표가치는 193.57원에 그쳐 괴리율이 977.13%로 나타났다.

셰일가스 공장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셰일가스 공장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거래소는 최근 한층 강화된 ETNㆍETF 괴리율 관련 상시 대응기준을 마련하고 괴리율 확대로 거래 정지된 레버리지 WTI 선물 ETN 4개 종목의 거래를 이날 단일가매매 방식으로 재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 종목의 괴리율이 너무 커져 시장가격 조절이 사실상 마비돼 큰 혼란이 예상된다. 시장가격과 지표가치가 지나치게 벌어질 경우 유동성공급자(LP)가 가격 조절 기능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LP는 지표가치의 ±6% 범위를 초과하는 ETN 호가를 낼 수 없다. 투자자가 자율적으로 시장가를 떨어뜨려 지표가치와 접근시켜야만 LP의 가격조절 기능이 되살아나 시장가격이 정상화될 수 있다.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경우 지표가치가 현재(193.57원)와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시장가격이 이날부터 2거래일 연속 하한가까지 떨어진 뒤 3번째 거래일에도 약 42% 하락해야 지표가치와 동일한 수준이 된다.

하지만 거래소의 괴리율 대응기준에 따르면 단일가 매매 상태에서 괴리율이 30% 이상을 기록한 종목은 3거래일간 거래 정지를 거쳐 단일가 매매로 거래가 재개된다. 결국 이들 종목은 앞으로도 하한가 수준 급락과 거래 정지를 여러 차례 거쳐야만 가격 정상화가 가능한 상황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가격에 이들 상품을 사들인 투자자들의 고통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이상 과열 상태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시장을 정상화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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