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노욕 찌든 뇌물전과자” … 장제원ㆍ하태경은 찬성 기울어
반대 세력 결집시킬 구심점 없어 전국위 고비 넘기면 출범 전망

미래통합당 안팎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둘러싼 찬반 격론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다만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반대하는 인사들이 세력을 결집시킬 구심점이 없어 비대위 출범까지는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비대위원장 수락 의사를 밝힌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 반대에 가장 강하게 반대 의사를 피력하는 인사는 무소속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대표다. 그는 26일 페이스북에 김 전 위원장을 공개 저격하는 글을 잇따라 올렸다. 홍 전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이 1993년 동화은행 뇌물수수사건과 관련해 당시 담당 검사였던 자신이 그의 자백을 받아냈다고 주장하면서 김 전 위원장을 ‘뇌물전과자’, ‘뇌물 브로커’ 등으로 깎아 내렸다. 그러면서 “노욕으로 찌든 부패 인사가 당 언저리에 맴돌면서 개혁 운운하는 몰염치한 작태는 방치하지 않겠다”고 했다.
21대 국회에서 3선이 되는 재선 의원들도 27일 김태흠 의원 주도로 모임을 갖고 28일 예정된 전국위원회 연기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장제원ㆍ하태경 의원은 이미 김종인 비대위에 찬성 쪽으로 기울어 있어 전국위 연기로 뜻을 모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당 안팎에서는 김종인 비대위를 둘러싼 갈등을 두고 당권투쟁 성격이 짙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반대하는 상당수가 당권 혹은 대권 후보로 꼽히거나 그들의 측근이란 점 때문이다. 당장 홍 전 대표만 해도 “카리스마도 있고 오랜 정치 경력도 있고 민주당이나 우리 당에서 혼란을 수습해 본 경험이 있다”며 김 전 위원장 영입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돌연 입장을 바꿔 김 전 위원장 공격하고 있다. 이를 두고 당 내부에서는 “복당 이후를 노린 홍 전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28일 전국위원회 고비만 넘기면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둘러싼 갈등이 진정 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도 이날 “말 없는 다수보다 (반대하는) 소수의 목소리만 들리는 상황”이라며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출범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전 위원장 본인도 당내 반발에 크게 개의치 않은 채 비대위 구성과 당 재건 방안 등 비대위 출범 이후의 구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심 권한대행은 “(김 전 위원장이) 내년 3월까지는 대선 승리의 준비를 마쳐야 한다고 했다”면서 “(김 전 위원장은) 이 당이 대선을 치를 만한 여건이 됐다고 생각되면 미련 없이 떠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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