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적 퇴직자는 57만명…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
일자리 없거나 사업부진으로 실직한 인구는 22만명 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이 본격화한 올해 2, 3월에 취업상태로 있다가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12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절반은 직장이 문을 닫거나 정리 해고를 당하는 등 스스로 원치 않은 이유로 일을 그만둬야 했다. 추후 실직 가능성이 높은 일시휴직자가 대폭 늘어난 점까지 감안하면 코로나발(發) ‘고용 쇼크’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26일 한국일보가 통계청의 고용동향 원자료(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취업자가 아닌 1,810만1,000명(비경제활동인구+실업자) 가운데 올해 2, 3월에 퇴직한 사람은 117만2,000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3.6% 늘어난 규모다.
두 달 사이 취업자에서 비취업자로 신분이 바뀐 사람이 100만명을 훌쩍 넘긴 것이다. 3월 셋째 주가 조사 기간이었음을 감안하면, 코로나19가 한국을 본격적으로 덮친 지 한 달 반 만에 100만명 넘게 일자리를 잃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 가운데 ‘비자발적 퇴직자’는 전년 동기(27만1,000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57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비자발적 퇴직자가 전체 2, 3월 퇴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5.6%에서 올해 48.9%로 급상승했다.
비자발적 퇴직자란 ‘일을 그만둔 사유’로 △직장의 휴업ㆍ폐업 △명예퇴직ㆍ조기퇴직ㆍ정리해고 △임시ㆍ계절적 일의 완료 △일거리가 없어서 또는 사업 부진 등 4개 항목을 택한 경우를 말한다. 반대로 △개인ㆍ가족적 이유 △육아 △가사 △작업여건 불만족 등은 자발적 퇴직에 해당한다.
특히 2, 3월 중 ‘일거리가 없어서 또는 사업부진’으로 인한 실직자는 22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만1,000명이나 증가했다. 경기가 부진해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사람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명예퇴직ㆍ조기퇴직ㆍ정리해고로 퇴직한 사람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6만6,000명) 증가한 10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그밖에 직장의 휴업ㆍ폐업, 임시 또는 계절적 일의 완료로 일자리를 잃었다는 사람도 각각 6만명, 5만5,000명 늘었다.
이 기간 비자발적 퇴직이 가장 많이 이뤄진 업종은 숙박ㆍ음식점업(11만7,000명)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 감소 및 내수 부진이 강제 실직으로 이어진 셈이다. 그밖에 건설업(10만4,000명), 도소매업(6만4,000명) 교육 서비스업(5만3,000명)에서도 비자발적인 사유로 일자리를 잃은 사례가 많았다. 연령별로는 상대적으로 상용근로자 비중이 낮은 15~29세(14만5,000명), 50대(15만1,000명), 60세 이상(11만3,000명)을 중심으로 비자발적 퇴직이 발생했다.
문제는 지난달 취업자 가운데 일을 1시간도 하지 않은 ‘일시휴직자’가 126만명 증가하는 등 추가적인 대량 실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일시휴직을 실시하고 있는 사업체 중 일부는 점차적으로 휴직을 풀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경기 침체를 감안할 때 일시휴직자 상당수가 실업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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