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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기 앞두고 생존 걱정” 하늘만 쳐다보는 항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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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기 앞두고 생존 걱정” 하늘만 쳐다보는 항공업계

입력
2020.04.27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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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국내 항공사 여객기들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국내 항공사 여객기들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살다 보니, 이런 때도 다 있네요. 성수기를 앞두고 오히려 살아 남아야 할 걱정을 해야 하니까요.”

혀부터 찼다. 요즘 국내 항공업계에 공공연히 떠도는 얘기를 전한 13년차 국내 한 항공사 직원은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예년 같으면 봄철 여행객 잡기와 여름 휴가철을 앞둔 시점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야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올해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어서다. 그는 “아직까지 시간이 좀 남아 있긴 하지만 이번 성수기인 2,3분기를 지금처럼 보낸다면 올해를 넘기긴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성수기를 앞둔 국내 항공업계가 말없이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3조원대의 긴급자금 수혈로 발등에 떨어진 불은 껐지만 대목인 여름 휴가철이 임박한 가운데서도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탓에 각국의 하늘 길은 좀처럼 열릴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아서다.

26일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적 항공사의 항공편은 지난해 동기 대비 26.09% 줄어든 13만3,266편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여객 수는 38.29% 감소한 1,925만4490명에 그쳤다. 이런 추세는 이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주요 수입원인 4월 국제선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0% 이상 줄었다는 게 항공업계 설명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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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공업계에 지원될 수 조원대 자금도 벌써부터 조만간 바닥을 드러낼 우려가 크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유동성 위기에 처한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 등을 각각 지원할 계획이다. 또 제주항공에 이스타항공 인수금융 약 2,000억원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국책은행에서 항공업계에 총 3조1,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줄줄이 돌아올 부채도 부담이다. 대한항공은 올 연말까지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이 4조4,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보유 현금은 1조6,00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달 6,228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를 발행했지만, 이달 만기가 도래할 회사채 2,400억원을 상환하고 항공기 리스료 4,000억원을 지불하면 남는 게 없다. 현재 유휴 자산과 사업부 매각 등으로 현금 확보에 나섰지만, 상반기 만기가 도래 예정인 부채(약 9,000억원)는 버겁기만 하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올해 상환해야 할 부채만 2조5,000억원 규모인데, 지난해 기준 보유 현금성 자산이 1,942억원에 불과했다. 코로나19로 개점휴업 상태였던 1분기 적자만 1,600억원 이상이 예상되자,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속도도 늦어졌다.

국내 주요 항공사 2020년 1분기 실적 전망
국내 주요 항공사 2020년 1분기 실적 전망

매월 돌아오는 수천억원대의 고정비 역시 걸림돌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한 달 고정비만 5,000억원 이상 필요하다. 하지만 여객 매출의 94%를 차지하는 국제선 운항률이 10% 이하로 떨어지면서 애만 태우고 있다. 대한항공의 1분기 영업적자는 2,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다른 항공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제선 운항을 전면 중단한 다른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더 큰 위기다. 앞서 정부가 3,000억원 규모 금융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집행된 금액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LCC 업체들은 무담보, 장기 저리 경영안정자금 지원을 거듭 요청하고 있지만, 국책은행은 추가적인 지원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이 항공업계에 줄도산을 경고하고 나선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채비중이 수백에서 많게는 1,000%를 넘어서는 국내 항공업계는 이번 사태로 전체가 위기에 빠지게 됐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항공업계 구조 재편을 넘어 산업 근간이 흔들릴 수 있어 추가적인 대응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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