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살균제 인체 주입’ 발언 여론 뭇매
대선ㆍ상원 등 선거 싹쓸이 패배 위기감
“경제가 반등하지 못하고 ‘트럼프 리스크’가 계속되면 대선은 물론 상ㆍ하원 선거 모두 싹쓸이 패배다.”
11월 대선과 의회 선거를 앞둔 미국 공화당의 위기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업수당 신청자가 2,600만명에 달할 만큼 경제적 충격파가 예상을 넘는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식 언행이 여론 반전은커녕 자기 파괴적 결과를 낳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무엇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예사롭지 않다. 25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달 들어 실시된 모든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제쳤을 뿐만 아니라 경합 주(州)에서도 우세를 보이고 있다. 22일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각각 8%포인트차로 눌렀다. 로이터통신 조사에선 바이든이 위스콘신 3%, 펜실베니아 6%, 미시간에서 8%포인트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지난주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17개 경합주를 대상으로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는 우려에 기름을 끼얹었다. 미 경제가 가을에 반등할 기미가 안보이면 트럼프가 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선 캠프 조사에서도 지지율 하락이 뚜렷했다고 한다.
대선과 함께 실시되는 상원 선거 역시 애리조나ㆍ콜로라도ㆍ노스캐롤라이나ㆍ메인주의 현직 상원의원이 민주당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53대 47’이란 공화당 우위의 상원이 뒤집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선거자금 모금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다수 상ㆍ하원 격전지에서 민주당 주자들의 모금액수가 앞서는데, 일부 지역은 격차가 압도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메인주의 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240만달러를 모금한 반면, 도전자인 민주당 후보는 벌써 700만달러를 모았다. 선거 전략가인 스콧 리드는 “1분기 선거 모금 액수는 공화당에 심각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 추락과 지지율 하락이 겹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살균제 인체 주입’ 발언은 공화당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결정타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23일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가 살균제에 노출되면 빨리 죽는다’는 당국자의 발언에 “살균제를 몸 안에 집어넣는 방법은 없나. 어떻게 될지 확인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가뜩이나 의학적 검증 없이 말라리아 치료제를 ‘신의 선물’이라고 치켜세워 논란을 빚은 마당에 아예 상식을 벗어난 황당한 발언까지 충동적으로 꺼낸 것이다.
잇단 실언에 참모들이 브리핑을 말려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고위 당국자들은 지금 겁에 질려 있다”고 백악관 내 참담한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도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24일엔 별도 질의응답 없이 22분만에 브리핑 자리를 떴고, 25일엔 아예 기자회견을 생략했다. 대신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진실과 사실을 정확히 보도하길 거부하면 기자회견을 하는 목적이 있겠는가”라며 주류 언론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NYT는 “현직 대통령의 가장 큰 이점은 국민에게 자신의 입장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것인데, 트럼프는 기자회견을 ‘자기 파괴’ 무대로만 활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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