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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버드 18년 지킨 투맨 “팬을 위한 외침, 백발이 돼도 함께 하자”

입력
2020.04.27 06: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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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클럽 맨] <7>수원 삼성 장내아나운서 동환수ㆍ한기환씨

#K리그는 팬들과 접점인 선수와 지도자는 물론, 구단이 운영되는 데 없어선 안 될 수많은 스태프들의 노력아래 성장하고 있습니다. 구성원 가운데도 한 자리에 오랜 시간 머물며 K리그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원 클럽 맨’들의 삶과 보람을 전합니다.

K리그1 수원 삼성 장내아나운서 18년차 동환수(왼쪽) 한기환씨. 투맨 제공
K리그1 수원 삼성 장내아나운서 18년차 동환수(왼쪽) 한기환씨. 투맨 제공

프로축구 K리그가 태동한 이듬해인 1984년, 중학교 2학년때 처음 만난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 온 두 남자가 있다. 농구와 야구를 즐기며 절친이 된 이들은 어른이 돼서도 좀체 떨어질 줄 몰랐다. ‘만담 티키타카(tiqui-tacaㆍ빠르고 짧은 패스를 일컫는 스페인어)’가 낙이었던 둘은 20대 끝자락에 결단을 내렸다. “함께 마이크를 잡아보자.” K리그 수원 삼성 장내 아나운서 18년차로 축구팬들 사이에선 ‘투맨(Twoman)’으로 잘 알려진 동환수ㆍ한기환(51)씨 얘기다.

26일 동환수씨에 따르면 ‘투맨’의 시작은 레크리에이션 강사였다 1997년 두 사람이 ‘결합’한 뒤부터는 다양한 이벤트 행사 사회도 함께 했고, 프로농구 장내아나운서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수원과 인연을 맺은 건 2002 한일월드컵 이듬해인 2003년. “유럽 분위기 나는 홈 경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구단 요청에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에 발을 들였다.

1999년 프로농구장에서 호흡했던 K리그1 수원 삼성 장내아나운서 18년차 동환수(왼쪽) 한기환씨. 투맨 제공
1999년 프로농구장에서 호흡했던 K리그1 수원 삼성 장내아나운서 18년차 동환수(왼쪽) 한기환씨. 투맨 제공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빅버드 출근 첫날 장내 아나운서에게 주어진 건 고작 마이크 2개와 카세트 테이프3개 뿐이었다. 동씨는 “(테이프 3개 가운데)하나는 국민의례, 다른 하나는 선수단 입장곡, 나머지 하나는 ‘삼바~’로 시작하는 골 축하 댄스뮤직이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구단과 1부터 100까지 함께 짚어가며 음악 교체는 물론, 팬과 호흡할 수 있는 진행을 구성했다”고 했다.

이전까지 장내 아나운서 역할은 경기 진행에 한정됐지만, 투맨은 경기장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선수단 사기를 북돋는 역할까지 맡았다. 수원이 골을 넣었을 때 “골 넣은 선수는 누구?”라는 투맨의 외침에, 서포터 ‘프렌테 트리콜로’가 “타가트!”를 외치는 호흡이 대표적이다. 한기환 씨는 “(진행 시나리오의)가장 중요한 수칙은 ‘팬을 위한 것인지’를 되묻는 것”이라고 했다. 진행자와 구단이 좋더라도 팬이 원하지 않으면 피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철칙이다.

가장 큰 자부심을 묻자 둘은 “수원 팬”을 꼽았다. K리그 최고의 팬에 걸맞은 진행을 위해 둘은 경기 당일 5시간 전에 경기장에 도착한다. 한씨는 “경기 시작 4시간 전부터 스태프 회의를 진행해 미흡한 부분을 보완한다”며 “관중 입장 시작인 2시간 전부터 당일 시나리오에 맞춰 진행한다”고 했다. ‘투맨 10주년’ 기념패를 전달하거나 매 시즌 유니폼에 ‘투맨’을 새겨 지급한 구단, 둘을 ‘베스트 장내아나운서(2009년 팬즈어워즈)’로 선정해준 팬들의 격려는 큰 힘이다.

지난 2007년 제주 서귀포월드컵경기장 원정 응원을 떠난 수원 삼성 장내아나운서 18년차 동환수(왼쪽) 한기환씨. 투맨 제공
지난 2007년 제주 서귀포월드컵경기장 원정 응원을 떠난 수원 삼성 장내아나운서 18년차 동환수(왼쪽) 한기환씨. 투맨 제공

수원과 인연을 맺은 뒤 축구에 푹 빠진 투맨은 2006 독일월드컵 원정응원은 물론, 수원의 지방 원정 경기도 함께 다니는 열혈 축구팬으로 거듭났다. 비시즌엔 유럽축구 현장 곳곳을 누비며 즐기고 배웠다. 한씨는 “2010년 겨울 환수와 독일 마인츠 경기장에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고 했다. 백발의 장내 아나운서가 경기 전 불편한 거동으로 경기장 4면을 돌며 팬들과 호흡하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자 감동이었단다.

한씨는 “독일어에 능통한 동행에게 ‘저 사람은 뭐라고 하는 거냐’고 물으니, 수원으로 치면 ‘영통구엔 별 일 없지요?’ ‘팔달구도요?’ ‘오늘 축구 즐기자~’라고 소통하며 돌아다닌 거라고 한다”며 “건강과 열정이 허락하는 한 오래오래 수원 팬과 함께하고 싶고, 은퇴 경기 땐 그저 친구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웃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수원 삼성에서 장내아나운서들에게 매년 제공해 온 '투맨' 유니폼. 투맨 제공
수원 삼성에서 장내아나운서들에게 매년 제공해 온 '투맨' 유니폼. 투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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