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총액 500억원 넘으면 공모펀드처럼 외부감사 의무화
금융당국이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지 사태’로 드러난 사모펀드의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규제 수준을 대폭 끌어올리는 대책을 내놨다. 사모펀드 내 자전거래 규모가 자산의 20% 이내로 제한되고 자산총액이 500억원을 넘기면 공모펀드처럼 외부감사가 의무화된다. 그 동안 사모펀드 규제 완화에 앞장서 온 금융당국이 대형 사고가 터지자 ‘뒷북 대책’을 내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6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사모펀드 현황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 최종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지자 업계와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했다.
우선 내부통제와 외부감시 시스템을 만들도록 했다. 운용사 특성에 맞춘 내부통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운용규모 2,000억원 이상인 운용사는 내부통제ㆍ위험관리 이행내역을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했다.
자산총액이 500억원이 넘거나 자산총액이 300억~500억원이면서 6개월 내 집합투자증권을 추가 발행한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외부감사가 의무화된다. 운용사와 계약을 맺은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증권사에도 운용상의 위법ㆍ부당행위에 대한 감시 기능이 부여된다. 펀드 판매사의 펀드 운용 관련 점검의무도 부여해, 문제 발견 시 자산운용사에 시정을 요구하고 운용사가 불응하면 금융당국에 보고하게 된다.
펀드 간 거래에도 제약이 생긴다. 일명 자전 거래 규모는 직전 3개월 평균 수탁고의 20% 이내로 제한된다. 운용사가 펀드 투자를 조건으로 자사 펀드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꺾기)는 불건전 영업행위로 제재를 받게 된다.
펀드끼리 ‘모(母)-자(子)’ 구조로 복잡하게 엮여 있어 위험이 쉽게 전이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최종 기초자산과 위험정보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이 강화된다. 한 운용사의 자사 펀드 간 상호순환 투자를 금지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또 시장가격 산정이 어려운 자산에 투자할 경우 공정가액 평가 기준이 마련돼 이를 기준으로 운용해야 한다. 평가 대상은 비상장 주식, 출자금, CB 등 주식관련사채, 일반사모사채, 대출채권 등이다.
금융당국은 “관련해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항들은 2분기에 입법예고를 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신속한 이행이 필요한 사항은 법령 개정 전까지 행정지도 등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대책에 따라 사모펀드 시장이 5년 전으로 돌아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5년부터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활성화를 명목으로 규제 완화에 나섰는데 결국 시장의 질적 하락만 불러온 것”이라며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 건강한 사모펀드 시장을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