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택시장이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U자형’ 침체를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향후 1, 2년간 급락기를 거친 후 장기간에 걸쳐 완만한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민간 연구기관인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사업자와 시장전문가 151명을 대상으로 지난 13일부터 일주일간 실시한 부동산 경기 전망 설문 결과를 26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 가장 많은 50.8%가 코로나19로 주택가격이 U자형 침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과거 경제 위기 때 주택시장이 주로 U자형 흐름을 보인 점을 근거로 삼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약 1년간 18.2% 급락했는데, 이 가격을 회복하는 데 2년 3개월이 소요됐다. 2008년 금융위기에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고점 대비 5년 간 9% 하락했고, 회복에는 3년 1개월이 걸렸다. 다만 주택가격 등락폭이 컸던 수도권 일부 지역은 1, 2년 사이에 20~30%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다만 과거 위기 때보다 부동산 시장에 미칠 충격이 더 클 수 있다고 봤다. 연구원은 “현재 상황은 금융시장에서 촉발돼 실물시장에 위기가 전이됐던 과거 두 번의 경제위기와 다르다”며 “코로나19 사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한 내년 말까지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응답자의 30.6%는 ‘올해 말까지 단기 급락한 뒤 내년 상반기부터 회복세로 전환’되는 V자형 침체를 선택해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침체기를 3~5년으로 보는 L자형(14%)과 장기침체로 접어들 것으로 보는 I자형(4.6%)을 선택한 전문가는 소수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침체에 따른 파장을 줄이기 위해선 대출규제 완화 등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주택시장 대책은 모든 수단과 대안을 망라해야 한다”며 “우선 다음달 중에 1단계 대책을 시행한 뒤, 코로나19 및 시장 추세에 따라 11월쯤 2단계 대책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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