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시즌 프로야구가 마침내 5월 5일 막을 올린다. 어느 때보다도 길고 길었던 오프시즌을 보내며 프로야구의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던 야구 팬들에게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일단 시즌은 ‘무관중 개막’이다. 희망을 봤다고 해도 아직은 우리 모두의 위기가 끝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위기 뒤에는 기회가 옵니다.”
프로야구 중계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 중 하나다. 오랜 시간 야구를 겪어보니 그저 흥미를 끌기 위한 말은 아니었다. 흔히 표현하듯 다르지만 같은 의미, 곧 위기는 기회의 동의어였다. 그래서일까, 야구를 통해 인생을 배워 온 필자는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표현을 많이 의지하게 된다.
사실 무관중 경기는 프로야구의 존재 이유 자체를 흔드는 위기 요소다. 관중석을 가득 채운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없는 그라운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도 우리에게 다가오는 선물이 있다.
바로 야구의 소리다(이 또한 팬들의 박수 소리와 함성이 함께 해야 하겠지만). 야구의 소리에 한번 귀 기울여 달라. 집중해서 들어보면 아마 그 동안 들리지 않았던 홈런의 소리가, 또 삼진의 소리가 들릴 거다. 홈런 타자 박병호(키움)와 최정(SK)의 홈런 소리는 같을까. 국가대표 에이스 양현종(KIA)의 삼진 소리는 또 어떨까. 그리고 숨 넘어가듯 급박한 상황, 더그아웃 감독들의 마음 속 고민은 또 어떤 소리를 낼까.
한번 귀를 기울여 보자. 야구의 순수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수많은 소리와 소리의 격투 속에서 그 동안 들을 수 없었던 야구의 순수한 소리를 보다 가깝게 들을 수 있을 거다.
벅차기만 한 도시를 잠시 떠나서 가끔은 자연의 순수함을 오감으로 느끼는 게 삶에 소중한 선물이 되듯, 야구의 순수한 소리는 야구를 보다 사랑하게 되는 기회이자 선물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상상해본다. 모두가 숨죽인 정적의 순간, 이 또한 야구의 소리다. 모두가 작은 야구공 하나를 바라보며 하나가 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또 야구가 가장 깊어지는 순간이다. 야구에 대해서 몸은 거리를 둘 수밖에 없겠지만 마음의 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진다.
개막을 확정한 프로야구가 마지막 시즌 준비를 하고 있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많은 부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따라서 모두가 마음을 놓을 수 없고 또 놓아서도 안 된다. 반가운 마음으로 프로야구를 기다리고 있지만 무엇보다 부디 건강하게 시즌 끝까지 완주하기를 바랄 뿐이다. 1982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프로야구는 정말 많은 분의 사랑으로 건강하게 성장해 올 수 있었다.
이제는 반대로 프로야구가 코로나19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쉼과 위로가 필요한 많은 분에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으면 한다. 하루하루 그라운드의 치열한 승부와 함께 코로나19와도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힘든 상황이라는 거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프로야구 관계자 여러분 모두가 앞장서서 힘을 내고 또 쉼과 위로를 줄 수 있는 프로야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주기를 머리 숙여 부탁 드린다.
김정준 SBS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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