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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건장관 경질설… ‘코로나 혼돈’ 트럼프의 책임 떠넘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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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건장관 경질설… ‘코로나 혼돈’ 트럼프의 책임 떠넘기기?

입력
2020.04.26 20: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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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SJ “백악관 내에서 에이자 성토” 

 펜스 측근으로 후임자 내정설까지 

 백악관 “전망 무책임” 경질설 일축 

 전문가 집단과 갈등해온 트럼프 

 정치적 희생양 찾고 있다는 분석 

앨릭스 에이자(맨 오른쪽)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14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앨릭스 에이자(맨 오른쪽)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14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를 둘러싸고 연일 설화에 휩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건당국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기류가 뚜렷해지고 있다. 초기 코로나19 부실 대응을 문제 삼아 주무부처 수장인 보건복지부 장관 경질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간 보건 전문가들과 끊임 없이 갈등을 노출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희생양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에서 알렉스 에이자 보건장관 경질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백악관 내에서 꾸준히 에이자 장관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으며, 지난 며칠간 비판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에이자 장관은 3일 이후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WSJ는 다만 에이자 장관의 해임 여부나 해임될 경우 시점은 불분명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행정부의 감염병 대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만큼, 사태 와중에 주무 장관을 교체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백악관 측은 “(경질과 관련한) 어떤 전망도 무책임하고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능력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일단 경질설을 일축했다. 보건부도 “장관은 공공보건 위기 대응에 바쁜 상황이며 (백악관의) 음모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미 매체들은 에이자 장관이 전자담배 금지 여부 등 주요 정책을 놓고 트럼프와 대립해 온 점을 들어 경질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미 정치정문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 관계자들은 에이자 장관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담당자인 릭 브라이트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 국장을 국립보건원으로 인사조치한 것에 화가 나 있다”며 구체적 정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아예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측근인 시마 버마 메디케어ㆍ메디케이드서비스국장이 후임자로 내정됐다는 전언(WSJ)도 나왔다.

언론이 의심을 거두지 않은 이유는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비전문가’ 트럼프와 ‘전문가’ 보건당국 알력다툼이 끊이지 않았던 탓이다. 가장 최근인 21일에도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계절성 독감 시기와 코로나19가 맞물리는 ‘2차 팬데믹(대유행)’ 우려를 제기하자 트럼프는 이튿날 TF 브리핑 연단에 레드필드 국장을 불러 세워 놓고 “발언이 잘못됐다”는 해명을 하라고 윽박질렀다.

미국민의 영웅으로 떠오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과는 이제 앙숙이 된 분위기다. 최근 “정부가 발병 통제 강화 조치를 더 일찍 했더라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내용의 파우치 소장 인터뷰가 공개되자 트럼프는 ‘파우치를 해고하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트윗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그는 23일 TF 브리핑에서도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열이나 빛을 사용하자”고 주장했다가 데버라 벅스 백악관 TF 조정관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 망신살이 뻗쳤다. 폴리티코는 “경질이 단행될지 말지를 떠나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총체적인 혼돈 상태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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