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지(死地)에 내몰린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종교계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양한웅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27일 “‘3대 종교 노동ㆍ인권 연대’가 29일 긴급 현안 대책 회의를 열기로 했다”며 “코로나19 재난의 직격탄을 맞았는데도 피해 구제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어떻게 도울지가 주요 의제”라고 밝혔다.
3대 종교 노동ㆍ인권 연대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 3개 단체 협의체다. 이들은 수년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해 왔다.
목표는 정부와 국민의 관심을 불러내는 것이다. 양 위원장은 “3대 종교 합동 기자회견 혹은 연대 기도회 등을 통해 호소할 수 있다”며 “그 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접촉해 어떤 고충이 있는지 현장 목소리도 들어본다는 방침”이라 말했다.
종교계가 행동에 나선 건 노동계 사정이 그만큼 급박해서다. 앞서 22일 3개 종교 연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은 “당장 생계가 막연해진 노동자들은 이제야 기준을 만든다는 관료들의 늑장에 속이 터진다”며 “비현실적인 온갖 증빙 서류 요구와 까다로운 심사 때문에 이리 뛰고 저리 뛰던 노동자들이 지원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정규직과 특수고용직 등 불안정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들은 ‘재난은 평등하지만 고통은 불평등하다’는 코로나19 사태의 가장 직접적 피해 계층이다.

종교계에는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전화위복의 계기일 수 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 부위원장인 지몽 스님은 “고통 받는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는 건 대승보살의 이타행”이라 강조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인 이주형 신부도 “지금 종교가 비판 받는 건 개인 이익과 현세 축복에만 매달리기 때문”이라며 “책임 있는 역할에 적극 나설 때 공적인 종교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NCCK 정의평화위원장인 최형묵 목사는 “약자의 생존을 보장하고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경제라는 비전을 종교계가 환기시켜야 한다”고 했다.
성공적인 방역 뒤에 가려진 코로나19 피해자들을 돌보는 것도 종교의 임무다. 지몽 스님은 “이별이나 애도의 시간도 없이 코로나로 떠났고, 또 떠나 보내야 했던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기도회를 여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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