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되어주세요] 230. 한 살 진도믹스 재돌이
서울을 조금 벗어난 경기 외곽지역만 가도 낡은 집과 짧은 목줄에 묶인 개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우리가 예전부터 누렁이라 부르던 진도믹스견인데요. 우리나라 진도믹스견들은 사랑 받으며 지내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짧은 줄에 묶인 채 집이나 과수원을 지키거나 아예 줄도 없이 방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집 안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야 하는 품종, 마당에서 목줄에 묶인 채 길러져야 하는 품종이 따로 있는 건 아닙니다. 진도믹스견들도 가족들로부터 사랑 받고 싶고, 산책도 하고, 장난감을 갖고 놀고도 싶을 겁니다. 실제 진도믹스견을 가족으로 맞아 함께 생활하는 반려인들은 이미 그 매력을 잘 알고 계실 텐데요.
재돌이(한 살·수컷)도 강아지 시절 1m 목줄에 묶인 채 텃밭지킴이로 살아갈 운명이었습니다. 시골 텃밭을 일구는 한 할아버지에게 이웃주민들이 전통시장에서 사온 선물이라며 흰색 강아지를 놓고 간 겁니다. 이를 본 할아버지 가족들은 강아지를 다시 돌려보내야 하나 고민했지만 돌려 보내도 결국 ‘1m줄의 삶에서 벗어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에 새 가족을 찾아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할아버지 가족들은 이미 두 마리의 유기견을 입양해 기르고 있었기 때문에 재돌이를 돌보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유기동물의 가족을 찾아주는 자원봉사자 모임인 ‘유기동물 행복 찾는 사람들’(유행사)을 통해 재돌이 가족 찾기에 나섰고, 그렇게 1년이 지났습니다.
재돌이 임시 보호자는 “재돌이와 함께 하면서 배운 게 너무 많다. 진돗개는 사납다는 편견을 깰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어 “그 동안 같은 반려견을 기르는 사람들로부터도 따가운 시선을 느끼기도 했다”면서도 “최근에는 조금씩 진돗개나 진도믹스견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는 걸 느낀다”고도 했습니다. 재돌이는 짧은 기간지만 인적이 드문 텃밭에 홀로 묶여있었던 탓인지 혼자 있는걸 힘들어 한다고 해요. 하지만 사람뿐 아니라 다른 개 친구들과 함께 있어도 잘 지낸다고 합니다. 지금은 혼자 있을 수 있도록, 또 이동장에도 잘 들어갈 수 있도록 반려견 유치원에서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재돌이는 산책도 장난감도 좋아하고 사람을 보면 발라당 눕는 애교까지 갖춘 준비된 반려견입니다. 하지만 매력이 큰 만큼 입양할 때 고려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유행사 운영진은 “재돌이의 경우 워낙 에너지가 넘쳐 함께 운동과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가정이면 좋겠다”며 “특히 입양 시 진도믹스의 경우 털이 많이 빠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많은 진도믹스견들이 국내에서 입양을 가지 못해 해외로도 보내집니다. 하지만 재돌이 임시 보호자들도 해외 입양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먼 곳으로 보내 얼굴 한번 보지 못하는 것보다는 국내에서 새 가족을 찾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출구 없는 매력을 가진 재돌이의 평생 가족을 찾습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세계 첫 처방식 사료개발 업체 힐스펫 뉴트리션이 유기동물의 가족 찾기를 응원합니다. ‘가족이 되어주세요’ 코너를 통해 소개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가족에게는 미국 수의사 추천 사료 브랜드 ‘힐스 사이언스 다이어트’ 1년치(12포)를 지원합니다.
▶입양문의: 유기동물 행복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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