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위암 발생률은 1999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1년 이후로는 연평균 4.7%씩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암 발생현황 통계를 보면, 남녀 전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위암이었다.
세계적으로는 위암은 다섯 번째로 흔히 발생하는 암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률이 더 높아 전 세계 위암 발생 환자의 4분의 3은 아시아인이다. 그런데 특히 우리나라는 남녀 모두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위암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2배 이상의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위암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찾아낸 위암의 위험 요인은 짠 음식 섭취,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흡연, 음주, 비만 등이다.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일일 나트륨 섭취량은 3,255㎎(남자 3,810㎎, 여자 2,680㎎)으로, 1998년 4,543㎎(남자 5,076㎎, 여자 4,035㎎)에 비해 20년간 3분의 2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영양섭취기준이 제시하는 목표섭취량 2,000㎎의 1.6배에 달하는 높은 수준이다. 목표섭취량 이상 섭취하고 있는 사람도 76.4%나 되어 대다수 국민이 음식을 짜게 먹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소금에 절인 음식을 사람에게 암을 유발하는 것이 확실한 1군 발암요인으로 규정하였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 연구에서도 소금 과다 섭취는 위암의 위험을 1.92배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짠 음식을 섭취하면 위 안쪽 벽에 손상을 주어 위암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도 위 안쪽 벽에 손상을 준다. 짠 음식을 먹으면 이러한 손상이 더 심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은 위암의 주요 위험 요인의 하나로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1군 발암요인으로 규정하였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유병률이 높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률이 높은 국가에서 위암 발생률이 더 높은 경향이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되면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腸上皮化生), 이형성 등이 위에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이들 병변은 향후 위암으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아 문제가 된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은 위암의 위험을 1.81배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흡연이 위암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담배에는 수많은 발암물질이 존재하므로 직접 위 점막에 접촉하거나 혈류를 통해 위암 발생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루 흡연량이 많을수록, 흡연 시작 연령이 빠를수록, 흡연 기간이 길수록 위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흡연은 위암의 위험을 1.51배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알코올의 활성대사체인 아세트알데히드 자체가 발암 물질이고, 알코올이 촉매제로 작용하여 각종 발암 물질이 세포 안으로 침투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음주는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음주는 위암 위험을 1.24배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만한 사람 중에는 역류성 식도염이 있는 경우가 흔하다. 비만은 전신 염증을 유발하여 위를 비롯한 여러 장기의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비만은 남성에서 위암의 위험을 1.31배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발생률이 세계 1위인 위암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금 섭취를 줄이고 소금에 절인 식품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또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 확인됐다면 주치의와 상의하여 제균하는 것이 권장된다. 금연ㆍ절주를 실천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위암 정기 검진을 통해 조기 진단과 치료를 하는 것도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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