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처음 시작할 때는 많이 분들이 볼 만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장르적 특성도 있고 19세 미만 시청불가로 시작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남녀노소 좋아해주시니 얼떨떨하고 믿어지지 않았어요. 제겐 뜻하지 않은 기적 같은 선물입니다.”
화제의 드라마 JTBC ‘부부의 세계’로 인기 몰이 중인 배우 김희애(53)의 얼굴에 시종일관 화색이 돌았다. 24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그는 “뜨거운 관심 덕분에 상상할 수 없는 큰 선물을 받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영국 드라마 시리즈 ‘닥터 포스터’를 각색한 16부작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남편의 비밀스런 외도와 거짓말을 알게 되면서 소용돌이에 빠지는 가정의학과 의사의 고통스런 삶을 그린다. 지난달 27일 첫 방송부터 화제를 모으기 시작해 18일 방송된 8부는 시청률 20.1%(닐슨코리아 전국 가구기준)까지 치솟았다.
◇불륜드라마 4연속 흥행 주역 “옛 작품은 기억이 잘…”
김희애는 극 중 주인공 지선우 역을 연기한다. 그는 “지선우는 곤경에 처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 멋있는 인물”이라면서도 “조금은 부담스러운 캐릭터라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각 장면 별로 대본에 따라 최선을 다해 연기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07년 SBS ‘내 남자의 여자’를 시작으로 2012년 JTBC ‘아내의 자격’, 2014년 JTBC ‘밀회’ 그리고 ‘부부의 세계’까지 불륜 드라마에 잇달아 출연하며 흥행의 주역이 된 김희애는 “이전 작품들은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난다”며 “당시에도 파격적 역할이었는데 거기에 푹 빠져 연기했고 지금도 치열하게 연기하고 있다”고 했다.
작품의 성공 요인에 대해 그는 “원작부터 작가, 감독의 리더십, 마치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는 것처럼 혼연일체로 조직적으로 일해주는 스태프들 등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떨어진 결과가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를 전하며 “배우들도 다들 행복하게 연기하고 있고 촬영이 끝나면 돌아가는 게 서운해서 더 찍고 싶다는 말도 한다”고도 했다. “오랜만에 하는 드라마여서 현장 분위기가 바뀌어 이런가 싶었는데 여러 작품 하는 분들 말을 들어보면 우리 촬영 현장이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하더라고요.”
◇“이태오 여다경과는 현장에서도 거리 두고 지내죠”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에 대해선 칭찬 일색이었다. “남편 이태오 역의 박해준(이태오 역), 한소희(여다경 역), 김영민(손제혁 역), 채국희(설명숙 역) 등 미운 사람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많은데 다들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에 임해 존경스러워요. 배우들은 캐릭터가 욕을 먹으면 자신이 욕 먹는 것처럼 느낄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박해준씨가 혹시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죠. 그런데 지인에게 ‘네가 전 국민의 욕받이가 돼 봐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욕받이가 되려고 폭주기관차처럼 달려가는 것 같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박해준 한소희 등 극중 대립각을 세우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지낸다는 말도 했다. “한소희씨는 인사도 잘하고 좋은데 항상 거리를 두려고 해요. 박해준씨와도 그렇고요. 그래야 감정이 깨지지 않거든요. 그런 걸 타는 편이에요. 저희 셋 다 내성적인 면이 있어서 다들 조용하고 현장에선 일에 집중하는 편이죠.”
극중 다양한 의상을 소화하는 김희애의 스타일도 화제다. 그는 “지선우는 병원에 갔다가 파티에 가고 슈퍼마켓에도 가며 운동하러 가기도 하는 등 다니는 곳이 많다”며 “각 상황에 맞춰 교집합을 찾아 색감이나 소재, 디자인 등을 정하느라 스타일리스트 팀이 고생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사이다 같은 장면 많이 나오니 기대해주세요”
드라마를 촬영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는 6부에서 지선우와 이태오의 갈등이 폭발하는 부분, 아들을 외딴 곳으로 데려가 언쟁을 하는 부분 그리고 아직 방송 전인 12회의 한 부분을 꼽았다. 그는 공개 전인 12부에 대해 “큰 위기와 절정을 맞게 되는 신이 있는데 어떻게 찍나 고민하다 그 순간에 맡겨보자 했고, 배우들이 혼연일체가 돼 무사히 잘 찍었다”고 설명했다.
반환점에 이른 ‘부부의 세계’는 24일 9부가 방송된다. 김희애는 이날 간담회를 마치며 “앞으로는 사이다처럼 속 시원한 장면이 많이 나올 것”이라며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인생을 생각해보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임수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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